한편 백성들은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마치 수많은 벌떼들이 속이 빈 바위틈에서
끝없는 행렬을 지으며 쉼 없이 날아 나와서는
포도송이처럼 한데 엉겨 봄꽃 사이를
여기저기 떼 지어 날아다닐 때와 같이,
꼭 그처럼 숱한 부족들이 낮은 바닷가에 있는
그들의 함선들과 막사들에서 떼 지어 회의장으로 몰려왔다. - P54

자, 그대들은 전투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가서 식사를 하시오!
모두들 창을 날카롭게 갈고 방패를 잘 손질해두시오.
그리고 걸음 잰 말들에게 먹이를 주고
전차를 두루 살펴보며 전쟁을 생각하시오.
온종일 가증스런 전투에서 승패를 걸고 싸울 수 있도록 말이오.
밤이 찾아와 전사들의 용기를 갈라놓기 전에는
그 사이 잠시의 휴식 시간도 없을 테니까요.
가슴 위에서는 몸을 두루 가려주는 방패의 멜빵이
땀에 젖을 것이고, 창을 쥔 손은 지칠 것이며,
반들반들 깎은 전차를 끄느라 말들도 땀을 흘릴 것이오. - P66

마치 잘 흩어지는 염소 떼가 목장에서 서로 뒤섞여도
염소치기들이 이들을 쉽사리 가려내듯이,
꼭 그처럼 지휘자들은 전투에 들어가기 위하여 그들을 여기저기서
따로 나누어 정렬시켰다. 그 한복판에는 통치자 아가멤논이
서 있었는데 눈과 머리는 천둥을 좋아하는 제우스와 같았고,
허리는 아레스"와 같았으며, 가슴은 포세이돈과 같았다.
마치 소 떼 중에서 출중한 황소 한마리가
가축 떼 가운데서 유난히 돋보이듯이, 꼭 그처럼
이날 제우스는 아트레우스의 아들을 무리들 사이에서
출중하고 영웅들 사이에서 돋보이게 했다. - P70

"가증스런 파리스여, 외모만 멀쩡하지 계집에 미친 유혹자여!
너는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거나 장가들기 전에 죽었어야 해.
그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었어. 이렇게 만인 앞에서
창피를 당하고 멸시를 받느니 그 편이 훨씬 나았을 테니까.
아마 장발의 아카이오이족은 멀쩡한 네 외모만 보고
너를 우리의 선봉장인 줄 알았다가 네 마음속에
아무런 힘과 투지가 없음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고 있겠지.
그런 주제에 감히 충실한 전우들을 모아 가지고
바다를 여행하는 함선들을 타고 대해를 건너가
이방인들과 사귀다가 머나먼 나라에서
창수들의 며느리인 미인을 데려와 네 아버지와
도시와 모든 백성들에게는 큰 고통이, 적에게는 기쁨이,
그리고 너 자신에게는 굴욕이 되게 했더란 말이냐?
어서 아레스의 사랑을 받는 메넬라오스와 맞서지 못하겠느냐?
그러면 어떤 전사의 꽃다운 아내를 네가 빼앗아왔는지 알게 되련만.
네가 먼지 속에 나뒹구는 날에는 너의 키타리스도 아프로디테의 선물도
그리고 네 머리털과 외모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트로이아인들은 정말로 겁쟁이들이다. 그렇지 않았던들 너는
그들에게 수많은 해악을 끼쳤으니 벌써 돌옷을 입었으리라." - P88

그리고 둘 다 슬기로운 우칼레곤과 안테노르가 앉아 있었다.
이들은 이제 늙어서 전투에는 참가하지 못하지만
훌륭한 언변가들이었다. 숲 속의 나뭇가지에 앉아
가냘픈 목소리를 내보내는 매미들처럼, 꼭 그처럼
트로이아인들의 지휘자들은 탑위에 앉아 있었다. - P93

그리하여 그들이 한곳으로 달려와 서로 마주치자
그들은 청동으로 무장한 전사들의 소가죽들과
창들과 힘을 서로 맞부딪쳤다. 배가 불룩한
방패들이 서로 맞닿으며 큰 소음이 일었다.
그러자 죽이는 자들과 죽는 자들의 신음소리와
환성이 동시에 울렸고, 대지에는 피가 내를 이루었다.
마치 겨울철에 두 줄기의 산골 급류가 큰 샘들에서
움푹 팬 골짜기를 따라 세차게 흘러내리다가 골짜기가
마주치는 지점에서 합류할 때와도 같이 그것들의 둔중한
소리는 멀리 산속에 있는 목자의 귀에도 들린다ㅡ꼭 그처럼
어우러져 싸우는 자들에게서 함성이 일며 노고가 시작되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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