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기억에 완전한 지식과 완전한 문학이 저장될 순 없지만, 책은 모든 이야기와 모든 지식을 우리에게 제공해주었다. 소크라테스가 예언했듯이, 우리는 무식하면서 거만한 자가 되었다. 혹은 글자 덕분에 세상에 없던 크고 똑똑한 뇌를 갖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의견을 지닌 보르헤스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창안한 다양한 도구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책이다. 나머지는 인간의 몸이 확장된 것이다. 현미경과 망원경은 시각의 확장이며, 전화는 목소리의 확장, 쟁기와 검은 팔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사뭇 다르다. 책은 기억과 상상력의 확장이다." - P154
글로 쓰인 말이 죽은 기호이자 환영이며 구술성의 사생아일지는 모르지만, 독자들은 글로 쓰인 말에 생명을 불어넣을 줄 안다. 이 이야기를 소크라테스에게 들려주면 좋으련만. - P156
레이 브래드버리 (Ray Bradbury)의 화씨 451은 책이 불타기 시작하는 온도를 제목으로 삼은 소설이다. 그는 미래파적 환상을 위해 그다지 미래파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 - P156
반역자들은 추적의 대상이다. 그들은 도시 주변의 숲이나 길거리, 오염된 강변이나 버려진 기찻길로 도망친다. 그들은 유랑자로 행세하며 계속해서 떠돌아다닌다. 그들은 책을 모조리 외워 머릿속에 담아다니기 때문에 누구도 그들이 책을 지녔으리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애초에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 사람마다 기억하고 싶은 책이 있어 그렇게 했을 따름이다. 우리는 하나씩 만나기 시작하여 함께 여행하고 이 조직을 만들고 계획을 세웠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구술을 통해 책을 전파할 것이다.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책은 다시 쓰일 것이다. 사람들은 한 명씩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낭송할 것이고 또 다른 암흑의시대가 올 때까지 책을 출판할 것이다. 암흑의 시대가 다시 오면 이 모든 과정을 되풀이해야 할 것이다." 이 도망자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것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목격하고 자신의 눈속에 책을 간직한 채 기나긴 탈주의 길을 걷는다. - P156
중세 유대인 사회에선 배움의 때가 오면 성대한 기념식을 했다고 한다. 공동체의 과거와 기억을 아이에게 책으로 가르치게 되는 순간에 말이다. 오순절이 오면 스승이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히브리어 알파벳이 적힌 칠판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읽으면서 학생이 따라 읽게 했다. 그러고는 칠판에 꿀을 바르고 학생에게 그 꿀을 핥게 했다. 그것은 말이 학생의 몸에 파고 들어가는 상징이다. 또 껍질을 깐 찐달걀이나 파이로 글을 쓰기도 했다. 그렇게 달콤하기도 하고 짜기도 한 알파벳을 맛보며 글자는 학생의 일부가 되어갔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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