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찢어지게 가난 했던 부자들 봤잖아. 그 사람들이 배워서 돈 벌었다는 소리 들어봤어? 말도 안 돼. 가난한 아이에게 누구도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아. 모두가 이 진창에서 벗어 나려면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기만 할 뿐이지. 방법 같은 건 없어. 각자 알아서 하는 거지?" - P70

그가 보고 싶은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마리아와 자기 자신과 보편적인 세상에 대해 지금 막 갖게 된 이 터무니없는 생각에 근거가 있는 것인지 확인해야 했다. 마리아가 다른 사람들과 그 렇게까지 다른지, 그녀가 정말로 이 시대의 윤리 의식이나 이 시대의 유행, 이 시대의 기준, 이 시대의 합의와 규 칙, 이 시대의 무엇에도 관심이 없는지 확인해보아야 했다. 그래, 그녀가 그 점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인지 알고 싶었다. - P90

그들 위로 달이 고고하게, 그러나 사라지기 직전이라 반쯤 투명해진 채로 빛을 비추고 있었다. 일단 집 앞에 도착하자, 니콜은 게레의 얽히고 설킨 변명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추위에 떨었다. 어쩌면 좀 전의 공포가 다시 밀려왔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니콜이 어깨를 움츠린 채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의 등이 게레의 눈에 들어왔다. 니콜의 등은 무언가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것은 마리아의 등이라면 결코 드러나지 않을 무언가였으나 게레 자신의 등에선 자주 나타났을 그것, 바로 모욕감이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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