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상에. 부우욱그윽곰들!! 우리는 겁에 질린 엄마 북극곰들을 구해야만 해! 안 그러면 다음엔 우리 차례가 될 거야.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지?"
나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북극곰 때문에 상심하고 있는 네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그렇지 않은 나머지 우리들이 미친 거지. - P33

‘예민하다‘의 반대말이 ‘용감하다‘는 아니다. 관심을 기울이길 거부하는 것, 알아차리기를 거부하는 것, 느끼고 알고 상상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용감한 것은 아니다. ‘예민하다‘의 반대말은 ‘둔감하다‘이며, 그것은 결코 명예로운 훈장이 아니다. - P34

그러나 우리 사회는 티시 같은–나 같은–사람들이 불편할 정도로 확장과 권력과 효율성의 방향으로 미친 듯 기울어져 가고 있다. 우리의 세상이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 우리가 타이타닉호의 뱃머리에서 "빙산이다! 빙산이다!" 라며 울부짖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판 아래에서 "귀찮게 하지 마! 우린 계속 춤을 추고 싶단 말이야!" 하고 대꾸할 따름이다. 사실 망가진 세상에 적절하게 반응하려고 고심하기보다는 티시 같은 사람들을 제정신이 아니라고 치부하는 편이 한결 쉽다.
내 어린 딸은 망가지지 않았다. 딸아이는 선지자다. 나도 아이와 함께 멈출 수 있을 만큼, 아이에게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물을 수 있을 만큼, 아이가 알게 된 것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을 만큼 현명해지고 싶다. - P35

선택된 아이들은 복도에서든 운동장에서든 백화점에서 든 우리 마음속에서든 폐쇄적인 원–마치 태양처럼–을 이루며 함께 서 있다. 우리는 대놓고 그들을 바라보지도 못하는데, 그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빛나는 머릿결과 유혹적이고 경쾌하며 아름다운 몸매뿐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건 훨씬 더 많은 관심,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은 괴롭힘 같은 것과 거리가 멀면서도 그보다 더했다. 그들의 일이란 나머지 우리들을 무시하는 것이며, 우리의 일은 그들 이 정해놓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 얕잡아 보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는 그들을 선택된 아이들로 만들고, 그들의 존재는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다. 그런데 우리는 해마다 그들에게 표를 던진다. 왜냐하면 각자의 책상이라는 아주 은밀한 공간에서조차 모종의 규칙이 우리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 P37

"배고프지 않니?"
다음은 느린 화면이 펼쳐지는 듯 전개되었다.
남자아이들은 하나같이 텔레비전에 눈을 고정한 그대로 말한다. "예!"
여자아이들은 처음에는 조용하다. 그러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돌려 다른 여자아이들의 얼굴을 훑어본다. 각자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자신이 배가 고픈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모종의 텔레파시가 그들 사이에 오간다. 그들은 지금 투표를 하고 있다.
찬성할지 반대할지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어찌어찌하여 이 여자아이들은 코에 주근깨가 있고 머리를 뒤로 땋은 대변인을 임명한다.
그 아이가 친구들의 얼굴에서 눈을 돌려 나를 본다. 아이는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한다. "우린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남자아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확인한다.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외부를 확인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남의 기분에 맞추는가를 배움과 동시에 자신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이것이 우리가 허기진 채 살아가는 까닭이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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