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다르 이봐, 베랑제. 언제나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네. 하나의 현상과 그 결과들을 이해하려면, 성실하고 지적인 노력을 통해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그런 식으로 노력해야 해. 우린 생각하는 존재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그 점에 있어서 난 성공하지 못했어. 앞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처음엔 호의적인 예측을 하는게 좋고, 적어도 중립을 지키거나 개방된 생각을 하는 게 좋아. 그게 과학적 사고의 특징이니까 말이야. 모든 게 논리적이지 이해하는 것, 그건 곧 정당화하는 것이지. - P149
뒤다르 너무 확신하는 것 같아.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을 구분할 수 있냐고? 철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아직 없어. 문제를 잘 알고 확신해야지…… - P150
베랑제 내 모습은 아름답지 않아! 아름답지 않아! (그는 그림들을 떼어, 화를 내며 방바닥에 팽개친다. 그리고 거울로 간다.) 아름다운 건 그들이야. 내 생각이 틀렸어! 아!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어! 불행하게도 내겐 뿔이 없구나! 이 반들반들한 이마, 얼마나 추한 모습인가! 이 축 늘어진 얼굴을 돋 보이도록 한두 개의 뿔이 필요해! 아마 뿔이 돋아나겠지! 그럼 창피하지 않을 거야. 그들도 다시 만날 수 있고…… 그런데 왜 뿔이 나지 않는 걸까? (그는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나의 손바닥은 너무 매끄러워. 손도 꺼칠꺼칠하게 변할까? (그는 저 고리를 벗고 속옷을 펼친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가슴을 본다.) 피부가 너무 부드러워. 아, 이렇게 하얗고 잔털투성이의 몸뚱어리라니! 나도 그들처럼 딱딱하고 멋진 검푸른 색의 피부를 가질 수 있다면! 잔털 없고 품위 있는 맨살이라면! - P186
베랑제 그들을 따라갈걸 그랬어! 지금은 너무 늦었어! 저런, 내가 괴물이라니, 내가 괴물이라니! 원통해, 코뿔소로 변할 수 없다니, 결코, 결코……! 난 변할 수가 없어. 하지만, 코뿔소가 되길 원해! 기꺼이 원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 부끄러워서 내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그는 거울을 등진다.) 내 모습은 얼마나 추한가! 원래의 자기 모습을 지키려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한가! (그는 갑자기 펄쩍 뛴다.) 아냐, 그럴 순 없어! 난 그들에 맞서 나 자신을 방어할 거야!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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