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랑제
(순진하게) 그래, 그런 것 같아…… 술기운이 배에서 올라오는군…....
장
아니, 술기운이 자네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네. 도대체 이 근처 어디에 늪지대가 있단 말인가? 우리 고장이 소(小) 카스티야‘라고 불리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소린가? 너무 건조한 지방이라 말이야!
베랑제
(몹시 귀찮고 피곤한 듯) 그럼, 난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지? 혹시 그놈이 자갈밭에 숨어 있었나……?
아니면 마른 나뭇가지위에 둥지를 틀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장
자네처럼 관념을 맹신하는 사람들의 추리는 대개 오류로 끝나지. 그 점을 알아 두게! 그런 역설들이 지겹지도 않은가……? 자네 말은 진지하지가 않아, 그럴 자세도 능력도 없지만 말이야! - P31
장
(베랑제에게) 자넨 본래부터 허풍쟁이였군. 거짓말쟁이라고. 인생에 흥미가 없다고 말하지만,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베랑제
누구?
장
자네의 귀여운 직장 동료 말일세. 방금 이곳을 지나갔던 아가씨. 자네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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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베랑제에게) 자넨 그녀에게 이런 처량한 모습을 보여 주길 원치 않았지. (베랑제의 제스처) 바로 이점이 자네가 모든 일에 무관심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거야.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데이지가 술주정뱅이에게 매력을 느끼길 기대하나? - 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