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초리엔 늘 눈물자국이 말라붙어있다. 어깨 통증은 사라진 것 같다. 손가락을 벌려 이마까지 덮인 뻣뻣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자 잠깐 옆으로 젖혀지는 듯하더니 다시 눈 위를 덮어버린다. 꼭 새 책을 펼칠 때처럼. - P9
누운 채로 기지개를 켜자 발바닥이 침대난간에 닿는다. 마치 줄타기 곡예사가 된 듯한 기분이다. 어젯밤에벗어 던진 옷들이 정강이 부근에 걸쳐 있다. 납작하게눌린 옷의 한쪽 구석에만 온기가 남아 있다. 구두끈 끝쪽의 플라스틱 부분은 떨어져 나갔다. - P10
그래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태양이 환히 빛나는 아침이면 황금빛 햇살이 방 한가운데까지 쏟아져 들어오고, 그 위를 파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방바닥에 무수한 선을 그린다. - 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