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는 형은에게, 나이 많은 사람들을 무조건 불신하는 버릇, 갑작스럽게 분노를 폭발시키며 말을 함부로 하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에둘러 타일렀다. - P144
채이는 형은에게서 자신에게는 없는 민감한 마음을 보았고 어렵지만 그 마음이 되어보려고 노력했다. 형은은 채이를 보며 사람들의 실수를 눈감아주는 일을 조금씩 연습했다. 몇 달을 서로 외면하며 한차례 폭풍을 겪고 나니 그런 일이 가능해졌다. 채이는 그게 신기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려왔다. 경혜는 채이가 형은을 아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채이의 손을 놓아준 것이었다. - P144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면 채이는, 너도 내 얼굴 보자마자 화가 났어? 하고 물으려다 그만두곤 했다. 그날, 지하철역에서 오랜만에 형은의 얼굴을 보았을 때 채이 역시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화가 났으니까. 형은의 다름이 채이를 화나게 하고 미움을 솟구치게 했다. 체온이, 함께한 시간이, 열이 내렸는지 보려고 서로의 이마를 짚어보던 밤의 기억이 있어서 그들은 가까스로 영원히 헤어지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것들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어렵고 어색하더라도 서로를 마주 보고, 이름을 말하고, 자기소개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어떻게 그런 것들을 나눠 갖기 시작할 수 있을까, 채이는 생각했다. - P147
아무런 보상도, 보상을 받고 싶다는 마음도 없이 아직 가보지 못한 어떤 시간과 장소들을 그려보았고 사람들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들은 젊었고,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이 그들에게는 중요했다. - P148
여성주의라는 이 거대한 흐름에 동참해서, 자신도 그 안에 있다고, 우리는 적이 아니고 같은 편이라고,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 여성은 여성에게 너무 쉽게 엄격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지 말아야 해요. 서로를 그렇게 적대할 이유가 우리에게는 없어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건 세연의 진심이기도 했다. 그런 단순한 생각에서 기획에 동의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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