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직 모른다. 달착지근한 마카롱 몇 개나 갑작스럽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 같은 것으로는 괜찮아지지 않는 일들이 세상에 아주 많다는 것을.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일이 점점 더 겁나는 모험처럼 느껴진다. 결과가 안 좋을 때가 더 많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고, 그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굳이 물어보았다. 나 역시 누군가가 그렇게 물어 주기를, 종종 장미가 비를 기다리듯이 기다리게 되므로. - P57
둘은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네트워크로 언제나 이어져 있었고, 서로에게 가장 먼저 댓글을 달아주는 사이였다. 서로가 지닌 빛에, 어둠에, 즐거움에, 슬픔에, 한심함에. - P60
에너지 코어를 흡수한 캡틴 마블이 분노로 불타는 불주먹을 갖게 됐다면, 세연이 흡수한 무언가는 세연의 말캉말캉한 부분, 풍부하던 감정, 미성숙한 생각들, 마음의 빈 공간들과 어떤 너그러움까지 모조리 태워 없애버린 것 같았다. 세연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지극히 적어졌고, 타인의 글에 대한 반응도 줄어들었다. 좋아해도 될 글인지 아닌지 몹시 신중하게 따져보고 위험하지 않은 글에만 반응을 했다. 진경은 자신이 올바름과의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결 알았다. 이제 세연에게는 진경과 나눈 시간보다 올바름이, 자신의 원칙들이 더 중요했다. - P61
진경은 여전히 세연을 좋아했고 존경할 만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만 세연아, 너의 물기들은 어디로 갔어? 바람이 조금 빠진 자전거 타이어처럼 눌러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피식피식 웃을 수밖에 없던 너의 여유는, 농담들은, 꿈꾸는 듯한 문장들은 어디로 간 거야? 그건 너와 내가 공유하던 빛나는 보물이었는데. 왜 이렇게 지상의 삶에 밀착되어 자갈과 흙과 모래 들만 바라보는 사람이 된 거야? 그 돌들끼리 부딪칠 때면 이를 가는 것처럼 진절머리가 나는 소리가 나던데, 어떻게 그것들을 쉬지도 않고 다 듣고 있는 거야? 진경은 그렇게 묻고 싶었다. 세연은 결코 들을 일도 대답할 일도 없겠지만.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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