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갈래?" 나는 그에게 물었다. 농담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해본 말은 아니었다. 일이 끝난 것이 아쉬웠다. 그동안 누군가와 이렇게 잘 지내본 적이 없었다.
"아니야,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아. 너는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고 나는 남아 있는 사람이야. 늘 그렇듯이, 그렇잖아?" - P201
호수는 움직이는 밤하늘이었다. 바람은 잔물결을 이쪽에서 저쪽 해안으로 밀어냈고, 까만 물 위의 물결을 따라 펼쳐진 별빛은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다가 갑작스레 방향을 바꾸곤 했다. 나는 그대로 멈춰서 그 그림 같은 광경을 바라보았다. 인간이 없을 때의 산의 삶을 체험한 것 같았다. 나는 방해가 되지 않게 있었고 거기서 제법 환영받는 손님이었다. 이런 산이 나와 함께 있어준다면 외롭지 않을거라고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 P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