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 안에 다른 감정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방식대로 그 이야기를 알고 있던 것이다. 마치 한 권의 책에서 찢어낸 페이지들이 있고 그것을 순서에 상관없이 수천 번은 읽은 사람처럼, 나는 몇 년간 조각들을 수집했던 것이었다. 나는 사진을 보았고 대화를 들었다. 부모님과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어떤 주제가 갑자기 그들의 말문을 막히게 하고 다툼을 일으키는지 또 과거의 어떤 이름이 그들을 슬프게 하고 감동을 주는 위력을 가졌는지 알고 있었다. 이야기의 모든 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체를 하나로 조합해내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 P175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여름은 마치 눈을 녹이듯 기억을 지워버리지만 빙하는 아득한 겨울의 눈이자 잊히지 않으려는 겨울의 기억이라고. 이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두 명의 아버지가 있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게 되었다. 한 명은 도시에서 20년을 같이 살았고 그 후 10년은 인연을 끊고 지냈던 낯선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산에서 보는 아버지였다. 언뜻 보았지만 더 깊이 알게 된 사람이었고, 내 뒤를 따라 산길을 걷던, 빙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두 번째 아버지는 내게 재건이 필요한 폐허를 남겼다. 그래서 나는 첫번째 아버지는 잊고 두 번째 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그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 P184

"그러면 넌 뭘 하려고 태어났어?"
"산사람이 되려고."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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