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스바움은 사회계약과 소위 자연 상태에서의 권력비대칭을 비판한다. 이 공진화 계약이 성립했을 때 동물이 인간과 공평한 경쟁의 장에 있었다는 주장은 인간과 동물이 매우 다르고 각기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능력을 갖는다는 명백한 사실을 무시한다. 이 거래는 "대체로 평등한 정신적·신체적 역량"을지닌 존재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강력한 인간 그리고 그보다 취약한 동물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동물보다 강한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분명하다. 이 계약이 성립할 때 인간은 종과 개체 차원 모두에서 이익을 얻는 반면, 동물은 개체로서가 아닌 종으로서만 "수혜를 입는다"(이 말을 쓸 수나 있다면). 애초에 이 동물들이 어떻게 계약에 동의한 것인지의 문제도 남아 있다. 그들은 선택권을 가졌던 것일까, 아니면 협상을 거부할 가능성마저 부정당했던 것일까? - P288
우리 인간이 너무나 잘 알듯, 울타리가 항상 물리적인 것은 아니다. 남성의 여성 지배 역사를 들여다보기만 해도, 가부장제의 은밀하고 만연한 본성을 다양한 심리적·경제적 울타리가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들이 대대로 가부장제를 선택했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들이 도살을 선택했다고 주장할 수 없다. 인간의 지배란 가축화된 동물들이 그 이외의 선택지를 갖지 못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일 뿐이다. - P289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기른다면 동물들은 땅의 수분을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곡물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친구 내지는 반려자가 되어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줄 수 있다. 한 니먼, 피언리-휘팅스톨, 샐러틴 그리고 폴란에 따르면, 우리는 이 농장 동물들 없이 음식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할 수 없다(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은, 이것이 동물을 필수적으로 도살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이 주장이 맞다고 한다면, 그건 우리가 이 동물들의 배설물과 그들의 풀 뜯는 능력을 취할 근거만을 정당화할 수 있을 뿐이다). - P289
의존이라는 말은 노예제, 가부장제, 제국주의, 식민지화그리고 장애 억압을 정당화하는 데 쓰였다. 의존이라는 언어는 교묘한 수사학적 도구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마치 공감할 줄 알고 보살피는 마음이 깊은 사람처럼 보이게 하며, 동시에 그들이 그렇게 관심을 두는 이들이 계속해서 착취될 수 있도록 한다. - P292
"과거에는 그랬는데"라는 향수와 "자연적인 것"에 대한 찬양은 어떤 존재가 다른 존재에 비해 얼마나 혹독한 삶을 살아왔는지 간과한다. - P293
"당신이 어떤 존재를 사랑한다면, 당신은 그 존재를 죽이지 않"는다. - P300
"장애가 빈곤, 경제적 착취, 경찰 폭력, 신식민지적 폭력 그리고 충분한 건강보험과 교육을 위한 접근권의 부재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 어떻게 장애를 축복할 수 있겠는가?" - P306
공장식 축산 농장과 도살장은 저소득층 커뮤니티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위치해 있다. 예컨대 소위 돼지공장 hog factory은 다량의 대기·수질 오염물질을 양산하는데, 이런 오염물질 대부분이 이들 농장에 꼭 있는 거름 호수(돼지 분뇨로 가득찬 호수)에서 나온다. 음식을 통한 역량 증진 프로젝트의 보고에 따르면, "이런 공장식 축산 농장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흔히 눈·코·목의염증…… 그리고 우울감, 긴장, 분노, 현기증, 피로 등의 증가를호소"한다. 이런 곳의 지하수는 질산염이나 황화수소 농도가지나치게 높고,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흘러 나온 폐기물(다양한 병원체, 항생제, 유독성 화학물질을 포함한)이 대수층에 스며들어주변의 지하수원을 오염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건강 문제도 그렇지만 특히 높은 천식율은 이런 오염물질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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