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쩨리나 이바노브나는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당사자가 무안해질 정도로 아주 거창하고 환한 빛깔로 치장해 주고, 칭송해 대는 버릇이 있었다. 그녀는 이를 위해서 전혀 있지도 않은 여러가지 상황을 꾸며 내서는 자기도 그것을 진심으로 믿어버리곤 했다. 그러다가는 금세 환멸을 느끼고,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진실로 숭배하던 그 사람을 헐뜯으면서 욕을 퍼붓고 떼밀어 내쫓아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천성적으로 그녀는 잘 웃고 명랑하고 온순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끊임없는 불행과 낭패를 겪은 나머지 모든 사람들이 평화와 기쁨 속에서만 살기를 감히 다른 모습으로는 살지 않기를 너무나도 강렬하게 원하고 강요하게 되어서, 아주 작은 불화나 사소한 실패만 봐도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가장 밝은 희망과 환상을 품다가도, 다음 순간 갑자기 운명을 저주하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찢고 던지며 머리를 벽에 박아 버리는 것이었다. - P557

천성적으로 소심한 소냐는 예전에도 자기가 누구보다도 더 쉽게 파멸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누구든 대가를 치르는 일 없이 그녀를 쉽게 모욕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모든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고 온순하고 고분고분하게 대하면,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느낀 절망은 너무나도 견디기힘든 것이었다. 물론 그녀는 모든 일을, 심지어 이런 일마저 아무 불평 없이 인내심을 가지고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 순간은 너무나도 힘겨운 것이었다. 자신의 결백이 입증되어 누명을 벗었는데도, 처음 느꼈던 경악과 충격이 사라지고 이제 모든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깨닫게 되자, 의지할 데 없이 나약한 자신의 처지와 모욕감이 그녀의 심장을 고통스럽게 파고들었다. - P594

「내가 하느님의 섭리를 어떻게 알겠어요…… 당신은 왜 해서는 안 될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 어떻게 그런 일이 내 결정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지요? 누구는 살아야 하고, 누구는 죽어야 한다고 심판할 권리를 누가 내게 주었나요?」

왜 나는 이렇게 어리석은 걸까? 만일 다른 사람들이 어리석고, 내가 그들이 어리석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 나는 왜 자신만이라도 더욱 영리해지려고 하지 않는 걸까? 그다음에 나는 깨달았어, 소냐. 만일 모든 사람들이 똑똑해지기를 기다린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어쩌면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지도 모르지. 사람들은 변하지 않을것이며, 그들을 개조할 사람은 누구도 없다고, 그러니 애쓸 가치조차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래, 바로 맞아! 그게 인간의 법칙이야…… 법칙, 소냐! 바로 그래…! 그리고 난 알아, 소냐, 머리와 정신이 견고하고 강한 사람이라야만 사람들의 주권자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야! 더 많이 용기를 내어 일을 감행하는 사람만이 사람들 눈에는 옳아 보이는 거야. 보다 많은 것을 무시하는 자만이 그들의 입법자가 되고, 더 많은 일을 해치울 수 있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도 옳은 사람이 되는 거야!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눈먼 사람들만이 그것을 모를 뿐이지!」 - P613

나는 그때 알고 싶었던 거야, 어서 알고 싶었어.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이>인가, 아니면 인간인가를 말이야. 내가 선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아니면 넘지 못하는가! 나는 벌벌 떠는 피조물인가, 아니면 권리를 지니고 있는가…… - P615

인간은, 본질적으로 울 까닭이 없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득한다면, 그녀가 우는 것을 멈추게 될 거라고요. 이건 분명한 일입니다. 당신은 멈추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사는게 너무 쉽겠군요.」 라스꼴리니꼬프가 대답했다. - P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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