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점점 더 강하게 그를 사로잡았다. 특히 이 예기치 못했던 두 번째 살인 이후에는 더욱 그랬다. 그는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만일 이 순간 그가 더 정확하게 모든 것을 보고 판단할 수 있었더라면, 즉 그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곤란하고 절망적이며, 추악하고 어리석은가를 깨달을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이때 그가 여기서 뛰쳐나와 집으로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난관을극복해야 할지를 알았더라면, 그리고 이를 위해 자신이 이보다더한 악행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는 즉각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수하러 갔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자신에 대한 염려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한 공포심과 혐오감 때문에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특히 혐오감은 매 순간 그의 내부에서 끓어오르며 자꾸만 자라갔다.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궤 옆은 고사하고 방 안에도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 P120
자세히 살펴보지 못해서 자기는 알아챌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확들어오는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이면서 그는 방 한가운데에 섰다. 괴롭고 암담한 생각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자기가 미쳐 가고 있으며, 이 순간 상황을 판단하여 스스로를 지킬 만한 힘이 없고, 어쩌면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행동들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 맙소사! 도망가야 한다. 도망가야 해!〉 그는 중얼거리며 현관으로 몸을 던졌다. - P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