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야말로 진정한 우정이다." - P130

"신은 인간을 행복하고 부유하게 창조했어요. 하지만 교활함이 무고한 자들을 가난하게 만들었죠."* - P134

어디선가 읽은 바에 따르면, 이른바 ‘포식자’라고 불리는, 성령처럼 나른하게 하늘을 맴돌던 매가 개똥지빠귀 떼를 공격하면 이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방어한다고 한다. 이 새 떼는 도저히 믿기 힘든,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싸울 줄도 알고, 상대에게 복수를 하기도 한다. 그들의 방법은 이렇다. 공격을 당하면 재빨리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포식자를 향해 일제히 똥을 싼다.
수십 마리 새의 흰 배설물이 매의 화려한 날갯죽지로 떨어지면서 더럽혀진 깃털이 서로 엉겨 붙고, 부식산(腐植酸)으로 범벅이 된다. 결국 매는 정신을 차리고 새 떼를 향한 추격을 멈춘다. 그러고는 구역질을 하며 풀밭에 내려앉는다. 깃털이 어찌나 심하게 더럽혀졌는지 최악의 역겨움을 체험하게 된다. 매는 온종일 깃털을 닦고, 그다음 날도 깃털을 닦으며 시간을 보낸다. 잠도 자지 않는다.
날개가 그토록 더러워진 상태로는 도저히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사방에서 지독한 악취가 풍기고, 계속해서 구역질이 난다. 생쥐 같기도 하고 개구리 같기도 하고 썩은 고기 같기도 한 냄새. 단단히 굳어 버린 배설물은 부리로도 제거되지 않는다. 매는 추위에 떤다. 몸에 들러붙은 깃털을 통해 빗물이 피부로 스며든다. 이제다른 매들도 그를 피한다. 마치 악성 질병에 감염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매는 존엄성을 상실하고, 이 모든 상황을 견딜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 - P144

이 세상은 얼마나 크고, 또 활기에 넘치는지. - P145

먹먹한 슬픔과 비탄. 매번 동물이 죽을 때마다 느껴지는 이러 한 회한과 애도의 감정은 아마 절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나의 애도가 끝나면, 또 다른 애도가 이어지므로 나는 끊임없이 상중이다. 이것이 나의 상태다. - P148

"동물을 보면 그 나라가 어떤지 알 수 있어요. 그러니까 동물을 대하는 태도 말입니다. 사람들이 동물에게 잔인하게 군다면 민주주의나 그 어떤 시스템도 소용이 없습니다." - P148

"고통받는 사람은 신의 뒷모습을 본다."
나는 여기서 뒷모습이란 게 등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엉덩이를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신의 앞모습조차 상상하기 힘든데 뒷모습은 과연 어떨까. 어쩌면 이 말은 고통받는 사람은 일종의 쪽문과도 같은 특별한 창구를 통해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축복을 받으며, 고통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진리를 포착하게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어떤 면에서 보면 건강한 사람이란 결국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삶의 조화와 균형이 맞춰지는 법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 P165

겨울 아침은 강철로 만들어진 듯 금속 같은 맛을 내며, 모서리가 날카롭다. 1월의 수요일 아침 7시, 세상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절실히 깨닫는다. 인간의 편안함이나 쾌락을 위해서 창조된 건 더더욱 아니다. - P168

인생의 한순간을 잘게 쪼개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포에 질려 숨이 막혀 버릴지도 모른다. 몸 안에서 끊임없는 분열이 일어나면서 우리는 머지않아 병을 앓고, 죽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떠날 것이며, 그들에 대한 기억은 극심한 혼란 속에서 점점 사라질 것이고, 결국엔 옷장 속의 옷 몇 벌, 이미 알아볼 수 없게 된 누군가의 사진들만 남을 것이다. 그렇게 가장 소중한 추억은 흩어져 버리고,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자취를 감추겠지. - P180

종종 궁금할 때가 있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것일까? 나는 이 문제에 관해 나름의 이론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각자의 몸이 본능적으로 선망하는 이상적이고 조화로운 형태가 따로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에게서 이러한 이상형에 부합되는 특정한 성향들을 발견하곤 한다. 진화의 목적은 순전히 미학적인 요구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적응의 목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진화란 철저히 아름다움의 문제이며, 주어진 각자의 모습에서 최대한 완벽한 형태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다. - P184

타인의 인생 이야기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걸맞게 응답하는 수밖에 없다. - P186

나는 내 체질이 좋은 상태라고 믿는다. 하지만 내 체질에는 나 자신 말고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특이한 증세가 있다. 어렸을 때, 어떤 장소에 가면 꼭 어디가 아프곤 했다. 다음 날이나 이삼 일이 지나면 항상 정확히 똑같은 증세, 똑같은 복통이 시작되었다. 프랜시스 베이컨 경은 이런 경우, 산악 지대에서 하는 것과 같은 수련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베이컨 경은 거짓말쟁이다. 어떤 수련도 한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심지어 가장 작은 세포 하나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그러한 수련을 ‘주제넘음‘과 ‘어리석음‘이라 부른다. - P192

종달새 한 마리가 날개를 다치면
하늘의 천사들이 노래를 멈춘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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