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주의 깊게 듣지는 않았지만, 강연의 주제는 어디까지나 새로운 시제 어미의 발견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까지였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었다. 알트나이는 분명 새 시제 어미의 정체를 설명하는 기존의 가설들, 이를테면 사투리나 말실수, 오기의 가능성을 부정하기 위해 꽤 애를 쓰고 있었다. 즉,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은 어떤 결론을 지지하기 위해 다른 가능성들을 열심히 차단했던 셈이다. - P105
말하자면 그는 모든 각도 모든 상황에서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나 싶지만, 여자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지 않았다. 모든 순간이 아니라 ‘거의 모든 순간‘으로 조건을 완화하면 떠오르는 사람의 수도 더 많아졌다. 비결은 단순했다. 시선을 의식하느냐 마느냐였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심해에 사는 물고기들은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점점 기괴한 모습으로 진화해간다고 했다. 하지만 빛이 잘 드는 곳에 사는 물고기들은 그렇지 않다. 결국 겉모습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공연을 하고 있을 때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할 때나 심지어 혼자 있을 때도 강은신은 투명하고 얕은 물에서 진화한 물고기 처럼,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의 시선에 노출된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완전무결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한마디로 콕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를테면 보는 쪽이 아니라 보이는 쪽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의 몸가짐 같은, 치열하고 불편한 아름다움이 몸 전체에 골고루 배어 있는 느낌이었다. - P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