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얻으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
유희에게는 아직 페이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삶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었다. 최종회 다음에도 삶은 계속 이어지는 법이다.
3회에 클라이맥스가 나와버려도 16회까지 드라마는 이어져야 한다. 심지어 드라마가 끝난 다음에도 사람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 100회가 될지 1000회가 될지 모르는 긴 드라마다.
‘이 뒤에 이어질 일은 뭘까? 시시한 타락일까? 다 잊어버리고 회사 일로 복귀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결말? - P14

인간의 책임이란 사고가 발생한 다음에나 실체가 되는 개념이었다. - P15

‘너 전쟁 로봇이지? 고성능인데 기능도 거의 없고 세상을 구하도록 만들어졌다며. 거의 없지만 몇 가지 기능은 있을 거고, 그게 전쟁 아니야?"
마사로는 마치 졸고 있기라도 한 듯 느릿느릿 대답했다.
"그렇게 생산적인 일을 내가?
"생산적인가? 파괴적이지"
"그런 일 하는 회사들, 파괴를 실적으로 환산해서 돈 벌잖아. 살상은 몇 포인트, 기물 파괴는 몇 포인트 하는 식으로. 나는 파괴도 생산 못 해. 무질서 정도나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건 온 우주가 다 하는 일이니까 생색낼 건 아니지" - P18

"인간들은 옆에서 돌아다니는 물체가 자기보다 지나치게 크면 무서워하면서 관청에 민원을 넣고, 자기보다 작으면 무의식중에 툭툭 치고 다녀. 사이즈가 표준에 미달하면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거지. 원래는 우리도 머리가 이렇게 길지 않아서 키가 지금의 반쯤 됐거든. 무해해보이려고. 그랬더니 파손이 너무 잦은 거야. 제일 쉬운 해결책이 이거였어. 머리를 이만큼 키우는 거."
"그런 게 효과가 있다고?"
"그럼! 인간은 단순하니까. - P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