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4 나는 저만치 떨어져 있는 분수대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씻는다. 덕분에 분수대의 물을 분석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주요 성분은 수소와 산소, 나머지 대부분은 똥이다. - P11
14:00 드디어 내 몸이 물리적 한계점에 봉착한다. 나는 왼다리를 뒤쪽으로, 오른 다리를 앞으로 꺾은 채 땅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자세 탓일까. 지나가던 어떤 여자가 무엇인가를 건네준다. 5페세타짜리 동전이다. 나는 행인들이 불손하다고 비난할까 봐서 동전을 꿀꺽 삼킨다. 섭씨 20도, 상대습도 64퍼센트. 가벼운 남풍. 해상의 물결이 잔잔하다. -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