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참된 선의는 아무런 힘도 지니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만 순수하고 자유롭게 베풀어질 수 있다. 인류의 진정한 도덕적 실험, 가장 근본적 실험 (너무 심오한 차원에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그것은 우리에게 운명을 통째로 내맡긴 대상과의 관계에 있다. 동물들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인간의 근본적 실패가 발생하며, 이 실패는 너무도 근본적이라 다른 모든 실패도 이로부터 비롯된다. - P450
토리노의 한 호텔에서 나오는 니체. 그는 말과 그 말을 채찍으로 때리는 마부를보았다. 니체는 말에게 다가가 마부가 보는 앞에서 말의 목을 껴안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그 일은 1889년에 있었고, 니체도 이미 인간들로부터 멀어졌다. 달리 말해 그의 정신 질환이 발병한 것이 정확하게 그 순간이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바로 그 점이 그의 행동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한다. 니체는 말에게 다가가 데카르트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던 것이다. 그의 광기(즉 인류와의 결별)는 그가 말을 위해 울었던 그 순간 시작되었다. - P451
개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자발적 사랑이다.(테레자는 다시 한 번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며 깊은 회한을 느꼈다. 어머니가 모르는 마을 여자 중 하나였다면 아마도 그녀의 쾌활한 천박성이 테레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아! 어머니가 남이었다면! 어머니가 자기 얼굴 윤곽을 그대로 지녔으며 그녀로부터 자아를 탈취해 간 것에 대해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항상 수치심을 느꼈다. 그리고 가장 나쁜 것은 ‘너의 아버지와 너의 어머니를 사랑하라!‘라는 천 년간의 명령이 그녀로 하여금 자기와 어머니의 닮은 점을 받아들이고 이러한 폭력을 사랑이라고 명명하도록 강요한다는 점이었다. 테레자가 어머니와 결별한 것은 어머니의 잘못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가어머니와 인연을 끊지 못한 것은 어머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자기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 P462
카레닌이 개가 아니라 인간이었다면 틀림없이 테레자에게 오래전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봐, 매일같이 입에 크루아상을 물고 다니는 게 이제 재미없어. 뭔가 다른 것을 찾아 줄수 있겠어?" 이 말에는 인간에 대한 모든 심판이 담겨 있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P463
그녀는 목욕물을 받았다. 그녀는 뜨거운 물속에 누워 자신이 일생 동안 자신의 허약함을 빌미로 토마시를 이용해 먹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는 힘 있는 자들 중에서 범인을 찾고 약한 사람들 속에서 무고한 희생자를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 테레자는 자신들의 경우는 정반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꿈조차 이 강한 남자의 약점을 찾아내 그를 뒷걸음질치게 만들려고 테레자의 고통을 과시한 것이다. 테레자의 약함은 그가 더이상 강하지않아 그녀 품에서 토끼로 변할때까지 매번 그에게 타협을 강요했던 공격적인 약함이었다. 그녀는 쉴새없이 그 꿈에 대해 생각했다. - P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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