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자꾸 사랑 자체를 혐오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내게 혼자가 아닌 두려움을 가르치면서도, 다시 절대 혼자 있지 말라고 다그쳤다. 내 인생이 늘 명징한 만남과 흐지부지한 이별에 처하게 된 것도 모조리 사랑 또는 사랑이 준 두려움 탓이다. 그래도 혐오하는 걸 원한다는 것엔 쾌감이 있어서 나는 사랑을 인식할 때마다 기뻐졌다. 닫힌 입구는 결국 창문으로 통해서 진퇴양난 같은 우리일지언정 운명일까 오래 고대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도 고대하는 것마다 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보다 보잘것없고 궁금증만 많은 나는 사랑의 본질도 내 사랑의 끝도 영영 모를 것이다. 그러니 사랑은 한마디로 내게, 대가가 따르는 코미디다. -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