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나이 들길 바라는지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그때마다 나의 답은 한결같다. 살아온 결과로서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겸손한 어른이길 바란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오롯이 나의 능력 덕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들이 내게 오기까지 거쳐온 시간과 과정, 누군가로부터 받은 도움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 그렇게 과정을 잊지 않고 기억해온 시간들이 나를 올바른 어른의 방향으로 이끌어주리라 믿는다. - P153
헤밍웨이는 말했다. 진정한 고귀함이란 타인보다 뛰어난 것이 아닌,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라고. - P156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모르모트 피디를 떠올린다. 그를 보며 재미와 동시에 뭉클함을 느꼈던 건 예견된 실패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 때문이었다. 사방에서 울리는 실패의 시그널에도 그는 늘당당히 도전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반복되는 일련의 실패가 어느 순간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 애정 어린 시선은 달리기를 시작하며 쩔쩔매던 내게도 투영됐다. 고작 3km 뛰고 나라 잃은 백성처럼 바닥을 기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겼다. 매일 밤 서툰 나와 마주할 수 있단 건 꽤 의미있는 시그널이었다. 도전하고 더 나아지고 싶은 열망이 아직 마음 어딘가에 생존한 채 구조신호를 보내고있었다. 신호를 따라가다 마침내 뜨거운 감정과 마주할 때면 아직 내 삶이 멈춰 서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 P26
진정한 행복은 무언가를 잘해서가 아닌, 더 나은 내 모습을 꿈꿀 수 있을 때 피어난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매일 밤 미숙함에 발목 잡혔지만 바닥을 뒹굴면서도 시선은 더 나아질 내일을 향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달리는 명분은 충분했다. 허술하지만 행복했다. - P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