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어쩌다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달리기가 내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붙고부터 종종 받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마주할 때면 상대로부터 옅은 기대감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달리기가 인스타그램 피드를 가득 채울 만큼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그 시작 역시 조금은 특별할 거란 기대일 까? 자연스러운 호기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달리기라는 세계가 처음 시작된 그날, 그곳엔 대단한 이유도 극적인 이야기도 없었다. 이별 후유증에 휩쓸리던 일상에서 우연히 튄 스파크에 불과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작은 불꽃이 삶 전체로 번지는 불길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날들의 연속임을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지난한 하루하루 속에 삶의 변곡점이 되어줄 놀라운 순간들이 숨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달리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변곡점이 늘 거창하거나 대단한 사건만은 아님을 말하고 싶다. 너무도 보편적인 일상의 한 장면일 수도, 심지어 어디 가서 말하기도 민망한 계시일 수도 있다.
평범한 재즈카페 주인이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야구 중계를 보다가 문득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다.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한 날이었다. 내가 마주했던 5년 전 9월 19 일도 그랬다. 조금도 특별할 것 없던 바로 그날, 달리기라는 세계의 문이 열렸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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