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당신이 말하는 영혼이란 게 뭐지? 사람의 몸속 어디에 있는지 내게 한번 보여줘봐. 그럼 어쩌면 믿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솔직히 말하는데, 아무리 실컷 해부를 해봐도 찾지 못할걸.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한 어떤 것을 당신이 만들 수는 없어. 그러니 당신 말 속에 그 ‘영혼‘이란 말은 지워버려. 둘째, 우리나라 속담 중에 ‘내일은 없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에 대한 직역-옮긴이)는 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당신이 뜻하는 내일이 약속에 불과할 뿐 이룬 건 없는 이유야. 우리는 항상 지금 여기에서 현재를 살아가 당신이 희망을 미래로 고정하는 것도 이런 희망을 가설로 만드는 건데, 가설이란 다시 말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야. 우리가 싸워야 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니까. 셋째, ‘완전‘이란 말을 볼때 그건 어찌 인식할 거지? 불완전한 현재로 완전한 미래를 규정할 뿐,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현재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는 항상 불완전해 보이니까. 이 현재라는 시간은 여기 있는 내 수양딸을 자기의 장난감 수집품 목록에 추가하려던 대공같은 자에게는 꽤 완벽해 보이겠지. 대공의 사치품 비용을 대느라 소작료를 내는 불쌍한 농부들에게는, 현재란 즐거운 지옥이지만." - P464

그는 앞으로 자신의 모습이 될 자기 모습을 되찾았지만 그런 ‘자신’은 결코 과거와 같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제 그는 두려움의 의미를, 그 의미가 가장 격렬한 형태라고 규정될 때 그 두려움의 의미를 알았기 때문이다(오스트리아 심리학자 브루노 베텔하임의 『옛 이야기의 매력』에 따르면 동화에서 주인공 남자가 두려움과 떨림을 알게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두려움을 모르는 자는 아동에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옮긴이). 그것은 둘 중 하나가 죽거나 둘 다 죽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을 불안의 시작이었다. 그 불안은 양심의 시작이고, 양심은 영혼의 아버지이지만 순진함과 공존할 수는 없다. - P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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