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에겐 아직도 뭔가 약간 미완성인 구석이 있었다. 집으로 치면 가구 딸린 멋진 셋집 같았다. 인성에는 조금도 개인적인 것이라 불릴 만한 요소가 거의 없었다. 마치 좀처럼 믿지 않으려는 습관이 자신의 존재에까지 확산된 것처럼 말이다. 단언컨대, 그는 ‘적기 적소에 출현하는‘ 경향은 있지만, 그 자신이 흡사 발견된 대상과 같았다. 그가 찾고자 한 것이 자기 자신은 아닌 까닭에, 주체적으로 자기 자신은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P14
이 시계는 마 넬슨의 자그마한 개인적 영역을 나타내는 뭐랄까, 기호랄까 신호랄까 그런 거였어요. 문자반 위 한쪽 바늘엔 낫이, 다른 바늘에는 해골이 달린 아버지상의 괘종시계였는데, 두 바늘이 언제나 자정이나 정오를 가리키고 있어서, 분침과 시침은 마치 기도하는 두 손처럼 영원히 포개져 있었죠. 접견실에 있는 이 시계는 낮이나 밤의 부동의 중심을,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시각을, 선견과 계시의 순간을, 시간의 폭풍 한가운데 있는 정적의 순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마 넬슨이 말했기 때문이에요. - 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