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새벽에는 버뱅크 형제도 침묵을 지켰다. 어둠 속에서 서로 알아볼 단서는 단 하나, 한쪽은 홀쭉하고 한쪽은 퉁퉁한 저마다의 윤곽뿐이었다. 그 어렴풋한 윤곽과 오래 들어 귀에 익은 안장 삐걱거리는 소리뿐. 그래서 필은 느긋하게 생각했다. 소몰이 여행의 첫머리는 늘 이처럼 고즈넉했다고, 생각이 내면으로 향하여 과거를 더듬어 갔다고. 그리고 지금 이 정적은 필에게 과거가 변하지 않았다고, 그리 많이 변하지는 않았다고 알려 주었다. - 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