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스—가 입안에 뿌리를 내리며 혀와 뒤엉켜 버려요.
까마귀의 끄—는 목구멍 안쪽에 딱 달라붙어요.
달의 드—는 마법처럼 내 입술을 지워 버려요.
나는 그저 웅얼거릴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은 내 입에서 혀 대신 소나무 가지가 튀어나오는 걸 보지 못해요.
아이들은 내 목구멍 안쪽에서 까마귀가 까악까악 우는 걸 듣지 못해요.
아이들은 내가 입을 열 때 스며 나오는 달빛을 보지 않아요.

나를 둘러싼 낱말들을 말하기 어려울 때면
그 당당한 강물을 생각해요.
물거품을 일으키고
굽이치고
소용돌이치고
부딪치는 강물을요.

그 빠른 물살 너머의 잔잔한 강물도 떠올려요.
그곳에서는 물결이 부드럽게 일렁이며 반짝거려요.
내 입도 그렇게 움직여요.
나는 그렇게 말해요.
강물도 더듬거릴 때가 있어요.
내가 그런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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