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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바람처럼 네가 그리워
심인경 / 사이의 섬 / 2021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다. 전생前生의 인연이었을 수도 있으니 세상에서의 모든 만남은 소중하다는 의미다. 처음 에세이의 제목을 접했을 땐 분명 절절한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가 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작가에게, 그토록 잊지 못하는 인연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궁금했다. ‘사랑의 약속’,‘연인’이 메밀꽃의 꽃말이니, 봉평을 배경으로 하는 에세이에서 그런 결말을 기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읽고 나니 너무 많은 의문들이 남았다. 제 자리인 듯 다가온 인연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서지는 메밀꽃 같았다. 기대했던 모든 것과 달랐다. 꽉 찬 하루 동안 내내 지켜보며, 함께 겪어내며, 결말을 향해 같이 내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치 앞 길이 끊어져 버린 듯 모든 것이 순식간에 멈춰버렸다.
그래서 자꾸 생각난다. 또 자꾸 읽게 된다. 교차 서술된 이효석의『메밀꽃 필 무렵』을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되새겨보기도 하고, 스스로를 ‘나’와 ‘너’ 그리고 '그'의 상황에 대입해 이해해 보려고도 한다, 혹시 내가 놓친 암시가 있었던 건 아닌지.
그러다 깨달았다. 간절하지만 머무를 수 없는 인연이라 ‘바람’이라 부르지 않았을까? 손을 잡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잡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도 정말 묻고 싶다.
글 속에 ‘나’가 잡지 않은 ‘그’는, 진정 스스로에게 단 한 번뿐인 인연이 아니었던 건지.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는지.
지금, 봉평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