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시절
강소영 지음 / 담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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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

가끔 책의 맨 뒤부터 먼저 읽을 때가 있다.

작가가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을까, 어떻게 쓰게 됐을까 궁금할 때 작가의 말부터 보게 되는 것 같다.

담다 출판사의 강소영 작가 신간 에세이 <사랑이라는 시절>도 뒤의 작가의 말부터 펼쳐봤다.

'갑천 씨가 죽었다.' 한 문장을 쓰고 더는 쓸 수 없었습니다. - 라는 말로 맨 뒤의 에필로그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고보니 이 책 제목에는 긴 부제가 있다.

[나의 아버지를 자랑합니다. 나의 어머니를 애정합니다.]

강소영 저자가 본인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잘생긴 갑천씨와 단정한 혜옥씨를 소개하고 자랑하는 내용의 에세이다.

그런데 프롤로그부터 격한 공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아빠는 대체 왜 그럴까?"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프롤로그에 나온 말인데 어릴 때 언니와 둘이서 늘 되뇌이던 말이다. 정말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그 시절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은 비슷한 부모에 비슷한 삶들을 살았구나 새삼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분은 자라면서 서서히 깨달았다고 한다. 아빠와의 추억은 상실의 슬픔을 통과해 농축된 힘이 있고, 엄마와의 일상은 삶의 이정표와 긍정적 에너지가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을.

어릴때는 저랬던 나는 지금, 부모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풍족하지 않은 삶이었지만 사랑만큼은 부모님으로부터 부족하지 않게 받고 자랐다고 작가 소개에 나와 있다.

책을 읽다보니 정말 그렇게 느껴진다. 저자는 부모님으로부터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싶다.

좋은 부모를 만나는 것은 정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축복은 자식이 존경할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갑천씨와 혜옥씨는 이미 성공하신 훌륭한 부모이신 듯하다. 모든 사람이 자기 부모를 존경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첫 책은
나를 위해 쓰고 싶었습니다.
나의 첫 책은
그들의 이야기여야 했습니다.


강소영 저자는 24년만에 용기내어 이 책 쓰기를 시작했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힌다.

한 문장을 쓰고 눈물이 차올라 더는 쓸 수 없었다는 말이 너무나 공감이 간다.

엄마라는 말을 꺼내려면..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하려면 목구멍에 마치 가시가 걸려 있는 것만 같다.

나는.. 나는 엄마 아빠의, 내 부모의 이야기를 입밖으로 꺼내려면 지금부터 몇 년이 걸려야 할까.

나도 엄마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에필로그 뒤에는 엄마인 혜옥씨가 저자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 두 통이 실려 있다.

정말 눈물 콧물 질질 짜면서 읽었다.....

눈이 아프거나 잘 안 보이게 되더라도 걱정말라고, 엄마는 많이 살았고 많이 보았으니 괜찮다고. 엄마 눈을 네 눈과 바꾸어 줄게... ㅠㅠ

나는 아직 부모의 입장이 되보진 못했지만 정말 엄마만이, 부모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다음 생에도 꼭!
나의 아빠, 엄마가 되어
오래오래
함께해 주세요.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다음 생에도 내 부모가 되어달라는 말...

이 책의 마침표를 찍으면서 크게 울었다는 저자는 '비로소 슬픔을 오롯이 마주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아직도 엄마의 죽음을 오롯이 마주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도 조금은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꼭 나도 내 슬픔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 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부모에 대해서, 그리고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라 추천한다. 눈물 콧물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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