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당신을 위한 말하기 수업 - 고민을 줄이면 대화가 쉬워진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최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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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모이면 나는 말하는 쪽보다는 거의 듣는 쪽이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 고민 얘기도 많이 들어주곤 했다.

그래서 친구들은 내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훨씬 좋아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건 오해다.

나는 말하는 것도 좋아한다, 나도 늘 말하고 싶었다.ㅎㅎ

내향적 성격에 말수도 적은 편이고 목소리까지 저음이라, 내 목소린 늘 의견을 말하기도 전에 묻혀버리곤 했다.

게다가 빨리 대답하지 못하고, 뭐라고 할지 생각하는 동안 대화는 끝나버린다. 이게 자주 반복되니 어느새 스스로 '나는 말 못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됐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생각이 많은 당신을 위한 말하기 수업>에서 "말을 못 하는 건 당신의 착각"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게 정말 내 착각이 맞을까? 하고 궁금했다.

평생 말주변이 없어서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가 편하지 않았고, 싸워도 차라리 말이 아닌 글로 싸우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늘 생각이 많고 보이는 모습을 신경 쓰다 보니 머릿속으로 대답을 고르는 동안 말문이 늘 막혔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느껴왔다.

이 책에서는 정확히 그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저자는 "말문이 막히는 건 성격 탓이 아니라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란 없다"고 단호히 말하고 있다.

평소 어떻게 보일까를 많이 신경 쓰던 사람이라면 대화할 때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지에만 신경이 가 있어서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의식이 향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대화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상대가 보고 있는 나'를 보려고만 하는 것이고, 소통이 아니라 불필요한 에너지만 쓰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대화가 잘 안되는 원인은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데 있었던 것이다. 답답했던 부분을 콕 집어서 이해시켜주는 것 같아서 속 시원한 느낌이다.

그리고 원인만 알려주는 것이 아닌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함께 나와 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점들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지.

위의 경우에는 책에서 권하는 방법인 싸늘한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상대의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무심하게 생각하는 습관 등이 중요하다.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격- 화젯거리-인격} 으로 삼각구도를 만들어서 사적 영역끼리 마주치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나와 상대의 인격과는 전혀 상관없는 유행, 날씨, 드라마 등의 화제 등을 나누면 인격으로 마주하지 않으니 상대방과 피곤해질 일이 적다. 나의 사적인 부분을 지키면서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저자의 말처럼 '대화도 악기처럼 배우고 익히는 것'인데, 취미 등을 배우듯이 대화하는 법을 배우려고 하고 노력하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더 못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전혀 늘지 않았으니까.

악기나 운동 등은 처음 배우게 되면 처음이라고 서툰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면서, 이상하게 대화는 '나는 말을 잘 못한다'는 선입견에 자신을 가두고 시작하기도 전에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실제로 말을 잘하고 소통에 능숙한 것은 그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은 기술입니다. 갈고닦으면 누구든 잘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시도해 보고 익숙해지면 나도 말을 잘할 수 있구나 하고 알게 될 거라고 말이다.

가끔은 이렇게까지 노력하면서 대화를 꼭 해야 하나, 사람을 꼭 만나야 하나. 사람들 안 만나고도 잘만 지내왔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피곤하다'
'만날 때마다 신경 써야 하니 이젠 누굴 만나는 것도 귀찮다'
'굳이 누군가를 만나서 피곤해지기 싫다. SNS만 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가족이나 배우자와 대화를 반복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평생의 보물을 찾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저자의 말대로 그런 사람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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