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착의 법칙 - 마약중독자를 8000억 자산가로 만든 단 하나의 마인드셋
그랜트 카돈 지음, 최은아 옮김 / 부키 / 2023년 8월
평점 :
이 책의 저자인 그랜트 카돈은 책을 읽기 전에는 모르던 사람인데 꽤 유명한 인물이었다. 기업가, 투자자, 세일즈 전문가, 강연가에 책도 여러 권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엔 저자에 대해서 단 두 가지 단어만 떠올랐다.
미치광이 와 관종. (물론 좋은 의미로)
저자는 현재 58세로 이미 유명한 억만장자이다. 그런데 본인은 더욱 부자가 되고 싶고, 더 성공하고 싶고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를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이고 만족할 줄 모른다'라며 그를 심하게 비난했는데, 저자는 그 말이 대부분 사실이라며 인정한다.
저자는 10세 정도에 ADHD, 그리고 강박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16세 때는 마약 치료 센터 상담사로부터 '당신의 중독 성향은 절대 치료할 수 없고 벗어나려 해도 실패할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뭔가에 쉽게 중독되고, 뭔가에 집착하지 않는 평온한 상태를 견딜 수 없는 면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린 시절 심각한 마약 중독자였던 저자가 거기서 벗어나서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비법이 바로 '집착'이었다고 말하며, 그의 경험을 중심으로 어떻게 '집착'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나는 살면서 많이 들어본 말이 '은근히'라는 말이었다.
너 은근히 웃기네, 은근히 잘하네 등등
뭘 하든지 극단적으로 빠져드는 법이 없고, 몰입을 한다 해도 은근하고 잔잔하게 하는 편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그랜트 카돈은 이 은근함, 즉 '평균적인 것'을 아주 노골적이고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내용과 저자는 이런 성향의 나와는 정반대 편에 서 있으며, 저자 역시 내가 평소 생각해온 인생의 롤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책을 덮지 않고 계속 읽은 이유는 아마도 저자가 '관종'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관종은 사람들을 주목하게 만드니까.
저자 정도의 '미치광이'나 '관종'이 아니고선 그 정도의 성공을 할 수 없고, 또 그 정도로 '집착'을 유지하기도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약을 해도 미친 듯이 하고,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후로는 미친 듯이 일해서 영업왕이 되더니 또 회사를 차려서 겨우 30세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엔간히 미치지 않고서야 평범한 사람이 저런 경험들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착'을 꾸준히 유지하기만 한다면.
저자는 마약을 끊기로 결심했을 때 본인이 '집착할 대상'을 마약에서 다른 것으로 옮겼다. 바로 '성공'과 '부자가 되는 것'으로.
미친 듯이 마약을 했듯, 미친 듯이 일을 하고 미친 듯이 사업을 하고 또 미친 듯이 부자가 되는데 '집착'한 것이다.
천천히 해, 속도를 늦춰, 안전하게 해
인생은 즐기면서 사는 거야.
너무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지 마.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게 생각해.
돈이 전부가 아니야.
어느 정도를 가져야 충분한 거야?
그냥 행복하게 살면 안 돼?
저자는 돈과 부자에 집착하는 일중독자로 살면서 가족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평생 저런 말을 들으면서 살았다고 한다.
간혹 TV에서 이미 성공하고 돈도 많은 사람이 아직도 일에 매달려 사는 걸 보면, '나 같으면 벌어논 돈 쓰면서 노후를 즐길 텐데 왜 힘들게 저렇게 살지?'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삶의 방식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왜 저렇게 사는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했던 내 의문이 틀렸다.
저자가 건강검진을 받을 때 의사는 "당신 같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저자는 그 에피소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내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느냐고 늘 말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서 똑같은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렇지 않은지 전혀 모른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한다. 모든 활동과 무모하고 새로운 도전을 사랑하고 갈망한다.
걱정 전문가들이 하는 말의 속뜻은 내가 하는 일을 그들이 그대로 한다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뜻이다. 그들은 내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있다.
위에 소개한 의사는 스트레스를 받고 지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들에 휩싸여 휘청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의사였다."
부자가 되는데 집착하고 일중독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평범한 사람들이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 보인다.
저렇게 살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고, 힘들고 지쳐 보이고, 그만 쉬어야 될 것 같고, 숨차 보이지만 정작 숨이 찬 건 저자가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일 뿐이었다.
숨이 차게 휘몰아치면서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쉴 새 없이 사업을 벌이는 그 일상들이 저자에겐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인 것이다.
그랜트 카돈이 누군지도 모르던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집착'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집착'이란 단어를 들으면 헤어진 연인에게 끈질기게 매달리는 행위가 자연스레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집착이란 말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져 있다.
그런 집착을 어떻게 좋은 쪽으로 활용한다는 것일까. 집착에 과연 어떤 법칙이 있다는 것인지 궁금해서 이 책을 선택했다.
만약 저자처럼 뭔가에 깊게 몰두하거나 중독되는 면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경험과 방법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집착'하는 대상을 어떻게 좋은 쪽으로 정하고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당근보다 옆에서 채찍질하면서 강하게 몰아붙이는 게 더 좋은 사람이라면, 끝까지 휘몰아치는 이 책에서 강한 동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