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이후 오랜만의 신간으로 돌아온 저자는 섬세하게 인물의 내면을 그린다. 이전 작품에서도 일상 속 특별한 공간을 통해 독특한 상상력과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었고, 이번에도 작고 특별한 배경을 통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언제 폐교될지 모르는 학교와 그 마을의 중심부인 '신상문구점', 그리고 '그집식당'. 아이들의 아지트이고 어른들의 만물상, 없는 물건이 없는 신상문구점의 단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마을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문구점을 신상으로 채워 놓고 팔지 않는 황 영감, 문은 열려 있지만 망설이며 들어가지 못하는 손님, 물건을 사겠다는 손님과 팔지 않겠다는 주인.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그집식당을 찾는 사람들 덕에 문구점을 찾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황 영감은 고집스럽게도 문구점의 물건을 팔지 않으려 한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할머니 집에 얹혀산다는 자책감과 엄마에 대한 원망을 가진 동하, 원하는 부모님의 곁으로 돌아갔지만, 집이 무대 같고, 자신의 자리가 아닌 것 같아 다시 할머니와 살고 싶다는 편조, 갑작스러운 사고로 큰 충격을 받은 전학생 모경까지..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의 세 친구는 외로움과 상처를 조금씩 마주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준다. 조용히 옆에 앉아 시간을 보내주고, 묵묵히 기다려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위로를 건네고 마음을 주고받는다.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외로움과 '여긴 어디? 나는 누구?'같은 질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작은 위로와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될 이 책을 통해 주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코로나로 각자 집에서 작은 모니터를 통해서만 친구를 만나고 비대면이 익숙한 청소년들이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해 어려워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혼자 하는 것이 편하고, 익숙하고, 단체생활을 힘들어한다고 하던데, 이 책을 통해 주변을 돌아보는 작은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책이 너무 궁금한 타이밍에 끝나버려서 아쉬운데, 이렇게 아쉬운 마음이 드는 친구라면 '신상문구점 초대장'을 들고 이벤트 장소로 가보시길!! 과연 신상문구점 팝업스토어에는 최신 유행하는 '신상' 아이템들이 준비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