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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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내용을 상상하게 되는 작품.

2022 일본 서점 대상 1위! 50만 부 판매.

애거서 크리스티상 최초로 심사위원 전원이 만점을 수여한 작품.

전쟁을 혐오하는 저자가 여성 병사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80년 전 벌어진 독소전쟁을 소재로 탄생시킨 전쟁소설이다.

직장을 다니며 꾸준히 글을 쓰고 투고한 끝에 10년 만에 소설가로 데뷔해 일본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괴물 신인이 된 저자의 데뷔작이다.


1942년, 마을을 급습한 독일군에게 어머니와 고향을 잃게 된 열여덟 살의 주인공.

주인공은 사살되기 직전, 붉은 군대 지휘관에게 구출되지만 엄마의 시신을 모욕당한다.

주인공은 저격병이 되어 어머니를 쏜 독일 저격병을 죽이고, 어머니의 시신을 모욕한 지휘관을 죽이기 위해 그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여성 저격병 훈련학교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소녀들과 만나 뜨거운 전우애를 나누며 훈련하고, 최후까지 살아남은 동료들과 저격소대를 이룬다.

적을 해치우며 전쟁의 끔찍함을 마주하게 되면서 전쟁에서 가장 큰 폭력에 노출되는 것은 여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300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전쟁이라는 독소전쟁을 배경으로 소련 여성 저격수들의 삶, 여성에게 가해지는 잔혹함, 전쟁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남자들과 똑같이 싸웠고 이후엔 후유증으로 고생하지만 참전 여성들은 불편한 존재로 치부되었다.

눈앞에서 상대를 보고 조준 사격하여 적을 죽이는 일을 하며 앞에 나섰던 사람들, 누구보다 용감했지만 억압받고 소외되었던 여성 저격병들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수많은 합리화들 사이에서 신념을 굽히지 않는 올곧은 모습은 경이롭기도 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책이 출간되고 3개월 만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참혹한 전쟁이 현실에서 벌어졌고, 더욱 주목받게 되어 유감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도 아니고, 전쟁을 글로 배우고 영상으로만 본 세대이기에 훈련을 받고 적과 마주하며 적을 사살하기까지 그들의 노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관순 열사와 비슷한 또래이고, 우리의 전쟁도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싸우고 싶은가, 죽고 싶은가"라고 했던 지휘관의 말처럼

내가 죽지 않으려면 적을 죽여야 하고,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죽음뿐인 세상.

선택지가 없는 그들의 삶이 안타깝고, 복수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모습은 애처로웠다.

전쟁과 함께하는 역사를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수많은 병사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전쟁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표지 그림이 너무 어리고 예뻐서 더 속상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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