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바람을 피우다 남편에게 걸려 돈도 휴대폰도 챙기지 못한 채 한밤중 집에서 도망친다.
(바람이 걸린 것만 두 번째이고, 실제 내연남은 더 많았다.)
신발을 주워 신고 옷을 주워 입고 벤치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알바하는 식당이자 친구의 가게로 가보지만 그곳에서 잘리고,
내연남마저 모른체하며 무시하고, 댓글 테러까지 당한다.
그렇게 분하고 서러운 마음에 죽기로 결심하고 산으로 올라가 목을 매려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마음처럼 되지 않고 오히려 산의 미화원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아내에게 총을 들이대는 경찰 남편으로부터 도망치는 주인공을 따라 내용이 엄청 빠르게 전개된다.
속도감 있게 몰아치는 전개로 정신없이 빠져들어간다.
주인공이 산으로 간 이후 배경이 바뀌면서 갑자기 전개가 뒤집어진 느낌이었다.
일상을 보내던 곳과 많이 다른 만큼 자연의 모습을 많이 담았다.
산속의 풍경이나 운치,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 식물들.
글을 따라 등산을 하는 기분도 들고,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동물을 마주한 것 같은 느낌도 들 정도로 몰입하여 읽게 된다.
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직원들의 어려움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읽으면서 정말 두 번째 걸렸는데 남편이 총을 들이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내를 '악마'라고 표현하는 남편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생각했다.
경쾌하고 가벼운 불륜, 유쾌한 소설이길 기대했는데, 반쯤은 유쾌하고, 반쯤은 불쾌한 소설이었다.
밝음, 가벼움과 불륜은 함께 나열될 수 없는 단어들이고,
결코 같은 영역으로 분류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끝나버린 결말은 '주인공답다'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허무하고 아쉽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