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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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가장 뛰어난 SF 소설에 쥐어지는 네뷸러 상을 수상한 책.

국내에서 절판된 지 12년 만에 전면 수정을 거쳐 재출간 되었다.


임신 중 진단한 자폐를 모두 치료할 수 있게 된 근미래,

마지막 남은 자폐인들에게 주어진 '정상화 수술'의 기회.


전원 자폐인으로 구성된 부서에서 일하는 주인공.

그들은 사회 능력이 결여되어 정상인들과 같은 소통은 어렵지만,

천재적인 수학 능력을 통해 회사에 이익을 안기고 있다.

덕분에 특별 복지혜택을 제공받고 있는데,

새로운 상사는 자폐인들을 위한 혜택을 부정하며

사내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정상화 수술을 그들에게 강요한다.


누구를 기준으로 삼는지에 따라 정상도 되고 비정상도 되는 세상에서

과연 모두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건지,

작가님은 이 부분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실지 궁금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며칠은 집중이 안 되어 하루에 15-20페이지 정도를 겨우 읽었다.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하기에 작가님의 스타일인지 궁금한 문장 연결이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인듯한 전개와 연결되는 느낌 없이 다소 산만한 문장들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4일차 정도 되니 그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읽히며 읽는데도 속도가 붙었다.

스크린으로만 접하던 그들의 모습을 글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생각되었다.


주인공은 혼자서도 운전을 포함한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글로만 접할 때는 조금 독특하네? 정도로 생각할 만큼

함께 일하는 자폐인들을 보더라도 약간의 자폐 증상(?) 만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모습은 그들은 누군가 말을 하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 안에 포함된 함축적 의미나 은유적인 표현보다는 문장 그대로 이해하고,

다른 해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종종 이상해 보이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생활을 하는데도 늘 부족하고,

사람들은 변화하기를, 자신들과 같아지기를 바란다.

항상 다른 사람들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지 위해 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정상인'처럼 이 아니라 '정상인'이 되고 싶어 하는지, 그 마음이 안타까웠다.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그동안 살아온 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결과를 알 수 없는 실험을 통해 정상이 되어야 하는가?

주인공의 선택은 약간 의외이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 이해되기도 한다.

조금 다를 뿐인 그들을 '비정상'이라 칭하며 '정상'이 되기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그들이 그들 자신으로 남기 위해 견뎌야 할 세상은 너무 가혹하다.


정상/ 비정상, 어둠/빛에 대해 많은 질문과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많은 울림이 남는 내용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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