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진관

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처사달성서공용준지구(處士達成徐公庸俊之柩)

 

욕망에 휘둘려 세상밖에서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고

고요히 초야에 묻혀 사람의 도리를 다한 진정한 선비를 일러 '처사'라고 한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나'라는 사람이,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서용준'이란 사람에게 붙인 칭호이다.

 

자신의 마음 안에서는 폭풍이 휘몰아 친다해도,

그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걸 고요하게 만들어버린 주인공.

 

고향사진관은 그의 아버지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의연하게 살다간 서용준의 상징이기도 하다.

 

서용준, 그는 수재였고

세상이 말하는 가능성을 한껏 품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에 버금가는 강인함도, 정의를 판단할 줄 아는 지혜도

한 사람만을 볼 줄 아는 듬직함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뇌졸증이라는 병명으로 숨만 쉬고 있는 아버지 곁을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포기하고,

자신이 판단한 것들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17년동안의 과정을,

그리고 그 곁의 소중한 사람들이 더불어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과정을

너무나 따뜻하게 그린 이 책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누구에게나 생각할거리를 제공해주리라.

 

하고 싶은 것이 없었기에, 그리 가지고 싶은 것도 없었기에

미련도 후회도 남지 않는다는 주인공의 마지막 말은

다만,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의 마음만이 죄가 된다는 그의 말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17년동안 눈도 깜빡이지 못하는 아버지 곁을 묵묵히 지켜온 그는

그 강인함과 묵묵함으로 자신의 아버지처럼,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고 싶어했고,

정말 그렇게 살다가 자신 또한 암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의 생애를 읽어가다가 보면,

어쩌면 그렇게 억울한 생을 살 수가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어이없는 죽음 또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가족들에게 사랑을 전하면서 죽어가는 주인공이

나는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는 세상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세상의 성공은 스스로 버렸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이상적인 부부,부모,자식,친구의 연을

너무나 완벽하게 얻었고 그 안에서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아직은 세상이,

이 책으로 인해 울고 웃을 수 있었으면,

그 정도의 순수함은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이 책을 만나 따뜻해진 마음을 세상에 전해야겠다 다짐했다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윤정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2월

한때, 하루키 소설에 푹 빠져 그가 만들어놓은 세계가

그의 세계인지 나의 세계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완전히 내 마음은 빼앗겨 버렸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내내 행복했다.

 

일본 작가들이 이야기 하는 그들의 일상이란 깔끔했고

그들의 언어는 군더더기가 없어 나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말을, 감정을, 세계를 좋아했다.

 

'사람은 삶에 대한 애착이 엷을 때, 기묘한 매력을 풍긴다'(p.22)라는

작가의 말에 적극 공감하면서,

내가 느꼈던 하루키의 언어와 필자가 느꼈던 하루키의 언어를 비교하며 즐겼다.

 

하루키의 작품은 [상실의 시대],[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 핀볼]의 3작품이었는데

내가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면의 매력을 꼬집어 주는 것 같아서

말의 권위자라는 필자의 타이틀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하루키의 작품 이외에도 7편의 작품이 더 나오는데,

내가 읽어본 것도 있고 읽어보지 못한 것도 있었다.

읽어보지 못한 작품은 읽어보지 못하나 작품대로

독서의 안내를 받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읽어본 작품은 다시 한번 향기로운 언어를 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필자와 함께 똑같이 감탄하고

그의 글을 받아 적었다.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소설 속의 또다른 면모를 볼 수 있을테니 적극 추천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한 여행을 한 기분이다. 야단스럽지 않게. 번잡하지 않게.

 

 

미리 축하해!

축하해 - 2009년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추천도서
박금선 지음,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기획 / 샨티 / 2008년 12월

인디언들은 생일을 축하하지 않는다지

그보다는 조금씩 나아짐을 축하한대

...

누구나 이 세상에 온 아름다운 이유가 있대

그 이유를 찾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너와 나를 미리 축하해!!

 

따뜻한 느낌의 디자인에 꼭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는 표지,

내가 이 책을 대했을때의 첫 느낌이다.

조금씩 나아짐을 축하한다라...

 

이 책은 성매매업을 하다가, 다시 사람들과 어울려사는 사회로 복귀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해서 그 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 어떤 아픔을 겪었는지

어떤 결심으로 그 곳을 빠져나오게 되었는지.

그림까지 곁들인 글귀는 간결하지만 그녀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녹아있다.

 

한번 잘못된 길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만 인생을 자포자기 해버렸던 사람들.

그래서 몸도 마음도 모두 퍼렇게 멍들어버렸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희망을 이야기 한다.

그래서 아마 더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던 것 같다.

 

그들이 힘을 내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한번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잘못된 길임을 깨달았다면

빨리 그 길을 돌아 나오는 용기 또한, 우리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것임을.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연습을 하루도 게을리 하면 안되겠는 다짐을.

그리고 악에 쉽게 노출되는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방패가 되어주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정말 간절히 간절히 기도했다.

 

우리는 이런 경험담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짐을

그녀들은 좀 더 강해진 마음으로 성실히 하루를 살아감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짐을

미리 축하해!

사람과의 관계

인맥의 달인을 넘어 인맥의 神이 되라
서필환.봉은희 지음 / 가림출판사 / 2008년 11월

인맥의 달인이라 불리우는 15명의 사람이 인맥에 관하여 논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사실 여러모로 생각이 많았던 요즘,

우연찮게 접하게 된 이 책은,

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이다, 라는 한스 카롯사의 말처럼

사람을 알고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저 사람은 나와 맞는 사람일까?, 나에게 이득이 될까?'라며

나도 모르게 머리를 굴리는 나의 인간관계는 늘 내 욕심을 채우기엔 부족했고

늘 주변에 사람이 떠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고도 부러웠다.

 

결국, 인간관계라는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인지라

가장 중요한 밑바탕은 그 사람들을 먼저 위하는 '배려'와 '진심'이라고

인맥의 달인들은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을 비우고 먼저 다가가고 먼저 베풀고

진심으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은 저절로 모여들게 된다는 것.

 

그럼 그런 마음의 밑바탕을 다져놓았다고 치자. 시작은 어떻게 해야할까?

시작과 관리, 유지의 그 방법들에 대해 인맥의 달인 15명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풀어 놓는다.

 

지금의 이 시기에 나에게 딱 맞는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나는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나는 내 자신부터 유쾌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내가 먼저 다가가고 다른 사람을 먼저 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얻으려는 욕심부터 비울 것이다.

 

관계의 중요성과, 그 방법들을 알고 싶으면 지금 당장 이 책을 펼치기 바란다.

 

웃기려는 남자 안웃어주는 여자

웃기려는 남자 안웃어주는 여자
김정현 지음 / 생각다름 / 2008년 8월

깔끔하고 산뜻한 표지부터가 마음에 쏙 들었던 이 책은,

지은 이야기라기 보다 그냥 내가 아는 친구 둘의 연애담을

여자와 남자 각각에게서 따로 들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너무 와닿았던 책.

 

재밌다며 읽다보니 어느새 끝 페이지에 다달아 있었고

그 끝에 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사고 방식에 왠지 허탈해졌다.

 

남자들이 보면 첫눈에 호감을 가질만큼 이쁜 효영,

효영이 절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기보다 낮추어 생각하는 효영의 친구 소영,

그리고 외모도 직업도 그냥 평범했지만 평범하지 않은 민욱과

이 사회가 말하는 여자답다의 표준의 주영과

효영의 새로운 남자 형진,

그들의 서로 얽혀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고 현실적이다.

 

효영의 이야기에서 나열되는,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이미 알아버린, 오래된 연인 효영이 너무 싫어하는 민욱의 습관들을 보면서

사랑으로 감싸안아주지 않으면 관계를 지속시키기가 힘들겠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민욱의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는 강한 믿음 아래 민욱과 결혼하기로 결심을하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형진이라는 매력적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다가 다시 돌아오곤 하는

사랑에 대한 욕심은, 아마 어느 누구나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소영에게조차도 진심이지 못하는 효영은

진정으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 나약함과, 사랑받기만을 바라는 이기심의 총체적인 표현일지도.

 

주영이라는 반전으로 나를 놀라게했던 민욱의 이야기는

역시 사람의 내리 사랑은 남여관계에서는 정말 힘든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이책에서 그리는 그런 힘듦도 없겠지.

 

내 자신의 사랑을 뒤돌아보면서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다짐할 것은 새롭게 다짐하게 해 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