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의 말
강지연.이지현 지음 / 시공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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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時空社 “시간과 공간을 넘어 미래를 열어가는 복합미디어 기업” 1989년 오디오 전문잡지 『스트레오사운드』로 첫 출판을 시작하였고, 1990년 8월에 『아랍과 이스라엘』이라는 첫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국내 대형출판사 중에서도 SF, 그래픽 노블 분야는 손에 꼽히는 출판사이다. 실제로 국내에 정실 발매하는 마블 코믹스, DC코믹스 전부 시공사가 출판한다. 세계를 양분하는 미국만화와 일본만화 중 국내에 들어오는 미국만화는 거의 시공사의 손을 거친다고 봐야 한다고 한다.

 

 

「에세이」 Essay,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느낌이나 생각을 쓰는 산문 형식의 글이다. 우리에게는 어릴 적 수필이라는 단어가 익숙한데, 문학에서 그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기에 에세이 하나로 통합된다고 보면 된다. 일기, 편지, 감상문, 기행문, 독후감, 논문, 평론 등 모든 산문 양식을 포괄하는데, 산문의 글들은 소설마저도 에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작가가 이것은 ‘소설이다 그럼 소설이고’, ‘에세이라고 그럼 에세이’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허구적인 창작을 소설이라고 하지만, 에세이 또한 허구적인 상념을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꾼의 말』 1985년 동갑내기 두 저자 강지연과 이지현의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수다 산문집이다. 표지의 핑크 개미가 매우 인상적인데, 두 저자가 여성이라는 것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여자는 핑크라는 공식은 좀 깨졌으면 하지만, 두 저자가 좋아하는 색이라면 어쩔 수 없다. 10년 차 일꾼인 이들은 언론사를 시작으로 IT 기업에서 기자, 콘텐츠 기획자, 사업 개발 매니저 등의 일을 하는 중견 일꾼이다. 보통 기업에서 10년 차면 꽉 찬 대리 정도가 될 것이다. 군대에서도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상병 진급을 앞둔 일병이며, 기업에서도 과장이 되기 전 대리가 가장 많은 일을 한다.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교 4년을 다니며 공부했는데 왜 우리는 단 한 번도 일꾼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지 궁금했다. 그런 건 어디에서 배워야 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석사와 박사까지의 과정을 따지면 근 20년 동안의 교육에서 진정 일꾼에 관한 교육을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극히 공감 가는 말이다. 공무원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이 영어이다. 그런데, 행정공무원이나 경찰이나 소방관이던 현업에서 영어를 쓸 일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분별력이라는 하나로 영어를 시험을 치는 것이다. 국어와 영어 국사를 달달 외우고 공무원에 붙은 수험생은, 동사무소에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그저 병아리일 뿐이다. 16년간 배워온 것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모르는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분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험을 잘 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암기를 잘하는 사람과 표현을 잘하는 사람과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르니 말이다. CEO가 아닌 이상 우리 대부분은 일꾼일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언제나 책상 안쪽에는 ‘사직서’를 두는 장면들이 많다. 그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곳이 직장일 것이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과 먹고 사는 일 중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은 일꾼이 되어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일을 하다 보면 개구리가 된다. 우물이 아니라 회사 안에 갇힌.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일에 매달리다 보면 세상은 점점 좁아져 회사가 된다. 그래서 ‘내가 이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업무 결과가 잘 안 나온다면’이란 가정이 내 세상을 뒤집어엎을 절체절명의 기준이 된다. 이 일 하나 못해도, 업무 결과가 좀 안 나와도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갈 텐데 말이다.” [p.35]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이다. 군대에서 최정점을 찍은 퇴역한 장군들이 사회에서 가장 많은 사기를 당한다고 한다. 자신의 직업 안에서 최고였을지 모르나,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세상을 모르게 된 것이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한 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상기해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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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희망의 나날들
허희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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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 1984년~38세, 서울에 태어나 성균관대 국문학과 사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제6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평론 부분을 수상으로 본격 평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듯 보인다. “비평이 창작에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좋은 작품을 쓴 시인에게 평자로서 감사의 인사 정도는 건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내가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할 작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제 ‘문학평론가’로서, 나도 힘껏 분발하겠다.” 20대 후반 청년의 식견이 높다고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공학이라고 생각하면 대부분 프로그래머를 먼저 떠올린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해커이거나, 중요한 조력자들 역시 천재 프로그래머들이 많다. 웹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플랫폼들을 창업한 개발자들이 세계적인 재벌이 된 사람도 많다. 구글이나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의 창업주들 말이다. 하지만,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프로그래머가 되는 사람은 실제로 10%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도구를 다룬다 하여도 창의적인 구상을 하지 않으면 만들어 낼 수 없다. 쉽게 말해 누구나 레고를 조립할 수 있지만, 누구나 레고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문과 문예창작과 등을 전공한다고 해서 누구나 전문 작가가 되는 길을 걷지 않는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실제 방송국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5%도 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과 잘 하는 일이 항상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하는 일이 목표로 하던 일보다 나은 경우도 허다하다. 저자는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많은 작품을 분석하고 전달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신춘문예 등 문예지 비평 공모에 비평을 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소설과 평론은 글쓰기라는 점에서 같고, 창작이라는 것도 같다. 차이라면 장편과 초 단편의 길이 정도랄까.

 

 

『희미한 희망의 나날들』 문학평론가의 산문집이다. “1975년 문학평론가 김현은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그는 문학이 배고픈 거지 한 명 구할 수 없지만, 무용함이야말로 문학의 소중한 가능성이라고 주장했다. 문학의 쓸모없음은 우리를 옥죄는 관심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사한다.” 「p.141] 인용문이 저자가 현재 사는 모습을 표현해준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평론은 ‘공감과 비평’이 함께 한다. 혼자의 만족에서 끝나는 비평이 아니라, 비평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공감에 목적이 있다고 한다.

 

 

저자가 문학을 비평하는 기준은, 인식적 가치, 미학적 가지, 윤리적 가치의 세 가지라고 말한다. 이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하여 비평하고, 그것을 쓴 작가도 모르고 있었던 혹은 놓치고 있었던 것을 자신의 언어로 밝힌다는 표현을 한다. 이런 고유한 비평관으로 해석한 책들을 꾸준히 내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한다. 이번 에세이 또한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저자의 일상과 생각들이 녹아있는 책이다. 문학평론가의 에세이는 처음으로 접해서 매우 신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물론 책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가장 좋은 연설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의 문체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오바마의 연설은 중학생 수준으로 이해하기 쉬웠고, 트럼프의 연설은 초등학생도 이해하지만, 욕설이 태반이다. 그래서 오바마의 연설은 좋고, 트럼프의 연설은 듣기 거북하다. 저자의 지식이나 시야는 다양하지만, 글에 힘이 들어간 느낌을 받았다. 좀 더 유하고 가볍게 썼으면 더욱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꾸준히 비평가의 책을 내고 싶다는 저자의 말처럼, 앞으로 꾸준히 성장하여 더욱 무르익어 갈 저자의 생각이 글로 나올 것에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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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설득해야 마음을 움직이는가 -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 켈로그 MBA 협상 수업
빅토리아 메드벡 지음, 박수철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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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초반기에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더 성공했을 것이고, 돈을 더 많이 받았을 것이며, 더 훌륭한 교수와 행정가가 됐을 것이다.” 「벤슨 샤피로, 하버드 MBA 명예 교수」 단순히 인친이어서 쓴 추천사인지, 하버드의 명예를 걸고 쓴 추천사인지 명확하게 검증할 것이다. 책은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인문 교양 쪽에 가까운 것 같고,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두꺼운 책이라는 것이다.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핵심만을 전달하는 책도 많지만, 그래도 나는 벽돌처럼 두꺼운 책이 뭔가를 읽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고 냉장고 문을 닫는다. 또 기린을 넣는 방법이 있는데,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빼고 기린을 넣고 문을 닫는 것이다. 통계학자들은 주사위의 특정한 눈이 나올 때까지 주사위를 반복적으로 던지는데,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갈 때까지 반복한다. 수학자들은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갈 때까지 미분이라는 세분화 과정을 반복해서 냉장고에 코끼리를 집어넣는다. 반면에, 영화 『거룩한 계보』의 두목은 복잡하게 하지 않고, 자신의 오른팔에 시킨다.

 

 

통계학자도 수학자도 아니고 시킬 오른팔도 없다면, 우리는 타인이나 조직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빅토리아 메드벡」은 9가지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하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테이블에 올려라. 둘, 언제나 두 번째 무기를 마련하라. 셋, 모든 제안에서 마지노선을 파악하라. 넷, 당신만 아는 과감한 목표를 세워라. 다섯,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먼저 제안하라. 여섯, 상대에게 선택권을 주고 신뢰를 얻어라. 일곱, 원하는 것이 있다면 직접 말하라. 여덟, 더 크게 요구하고 한발 물러서라. 아홉, 당당한 태도로 설득력을 더하라. 지금 단순히 이 아홉 가지의 법칙의 제목만 숙지했더라도, 설득력이 기존보다 배는 향상될 것이다.

 

 

『어떻게 설득해야 마음을 움직이는가』 “상대방의 ‘아니오’는 협상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라고 말하며,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좋은 시작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하루에 150개가 넘는 의식적인 선택을 하고, 6000번 이상의 생각을 하고, 우리 뇌는 35000개의 결정을 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사람은 자신과 타인을 선택하고 설득하는 일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자신의 잘못된 작은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도 자신을 스스로 설득해야 한다. 새해가 되면 매번 다짐하는 다이어트 계획, 금연 계획을 세우며, 매번 사흘 만에 실패를 맛본다. 이렇듯 자신의 작은 습관 하나도 설득하기 어려운데, 타인을 설득하는 것은 어떠할까?

 

 

「빅토리아 메드벡」 경영 조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업의 협상과 의사 결정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이다. 20년 넘게 구글, IBM과 같은 대기업의 자문과 강연을 맡아왔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돈이 오가는 기업의 협상만큼 치열한 곳도 없을 것이다. 인간 욕망의 끝은 권력과 돈으로 대부분 보인다는 것을 통해서 말이다. 그녀의 경력 중에 15년 동안 800명 이상의 여성이 임원직에 오르도록 조력한 부분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군대와 정치 기업에서 여성의 입지는 아직도 좁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선수를 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먼저 내놓아야 하는데, 상대방이 먼저 선수를 쳐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지금 바로 머리에 생각나는 것이라면,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질문을 던진다.’, ‘상대방을 지적한다.’, ‘무시한다.’, ‘제안에 역제안한다.’ 이런 것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저자는 수많은 방법 중에서 ‘상대의 제안을 무시하거나’, ‘상대의 제안에 역제안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질문이나 감정적인 기선제압을 하다 보면, 오히려 상대방과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있고, 이는 곧 상대방이 더욱 확고한 벽을 쌓게 되는 결과를 만든다고 한다.

 

 

김경일 교수의 총량의 법칙이라는 강의를 본 적이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같은 점을 발견하게 됐다. 아침에 출근할 때 자녀의 백 점짜리 시험지를 본 사람은 출근해서 맞이하게 되는 첫 회의에서 부하 직원의 웬만한 실수에도 너그러워질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자녀가 말썽을 피웠다면, 그 상사는 출근 이후에도 부하 직원의 별문제 없는 결재서류에도 트집을 잡기 쉬워진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기분’이라는 것에 쉽게 휘둘리기 때문이다. 설득의 법칙에도 ‘기분’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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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상처받았나요? - 상처 입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술 빼고 다 있는 스낵바가 문을 연다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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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7년 만의 신작 만화, 출간 8개월 만에 TV도쿄 드라마화.” 후줄근한 밤, 상처받은 사람만이 다다르는 마법 같은 공간이 있다. 도시 뒷골목의 ‘스낵바 딱따구리’에서 펼쳐지는 힐링 드라마.

 

 

「마스다 미리」 1969년~53세, 일본 오사카 출신의 만화가이다. 교토(일본의 옛 수도) 예술 단기 대학 졸업 후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독립한다. 2001년 서른 살 늦은 나이에 『OL은 대단해』로 만화가로 데뷔한다. 그녀의 스타일은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일상에 감성과 감동을 보여준다. 또한, 뻔한 스토리라 생각되는 것도 그녀가 쓰면 진솔한 이야기가 된다. 2006년부터 시작한 ‘수짱 시리즈’로 인기작가가 되었고 2013년 영화로도 개봉하였다.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소설가, 수필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 캐릭터 작가이다.

 

 

「일본 만화」 미국과 함께 세계 시장을 양분하는 곳이 일본의 만화계이다. 순전히 만화책으로만 봤을 때는 일본이 독보적인 1위 국가이다. 2021년 미국의 그래픽 노블 판매 순위에 1위부터 20위까지가 전부 일본 만화라고 하니 말이다. 일본 전체 출판물의 35%가 만화책에 달한다고 하니, 가히 상상되지 않는 규모이다. 80년~90년대 우리 안방을 점령했던 은하철도 999, 호호 아줌마, 베르사유의 장미, 우주 소년 아톰 등 한국만화라고 속고 봤을 정도로 한국만화는 한 편도 없었다. 둘리나 영심이 하니 정도….

 

 

시장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한류열풍이라 하여 방송사마다 수십 개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방영된다. 그런데, 이 업계는 정말로 치열한 곳이다. 유명한 작곡가인 용감한형제가 2011년 1기를 시작으로, 2016년 2기 멤버를 거듭하면서 준비한 걸그룹이었다. 2021년 유튜브의 ‘롤린’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5년 만의 무명생활이 끝나고, 요즘 가장 바쁘고 매출이 많은 그룹이 되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역주행 전까지 아르바이트로 생업을 겸하고 가수 생활을 관둘 준비 중에 인기를 얻었다고 하였다. 지금은 이 그룹의 매출로 소속사가 IPO(자금조달)를 추진한다고 하다. 실제 연예계에서 이만큼 인기를 얻는 것은 0.1%가 되지 않고, 1%를 제외한 99%는 무명으로 그냥 연예계를 떠난다고 한다. 일본의 만화계 역시 이만큼 치열한 곳이다. 그곳에 서른이 넘은 여성이 만화가로 데뷔하여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오늘도 상처받았나요?』 ‘수짱의 연애’,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등의 대표작에서 인기의 요인은 귀여운 그림체와 공감을 끌어내는 소소한 대사들이다. “되고 싶은 대로 되지 못한 거야? 글쎄,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 그렇지만 꼭 그렇다고도 할 수 없어. 되고 싶었던 게 꼭 되고 싶은 건 아니었으니까”, “한숨 하나에 행복 하나가 도망간다고 누군가가 말했지만, 한숨까지 참아야 한다면 질식할 것이다.”, “내년을 약속하는 건 좋은 거 같아. 자신이 내년에도 건강하게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지금, 좋지 않아?” 평소에 많이 하는 말들인데, 어린아이 같지만 옳은 말이고, 귀여워 웃음이 나는 대사들이다. 그만큼, 작가의 생각이 솔직하고 순수하다고 느껴진다.

 

 

분위기는 일본의 히트 드라마 ‘심야식당’이 생각나는 느낌이다. 이곳은 상처받은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스낵바이다. 2020년에 방영한 JTBC ‘쌍갑포차’가 생각이 났다. 염라대왕의 명령으로 오백 년 동안 상처 입은 사람들의 꿈속으로 들어가 한을 풀어주는 내용이다. 드라마는 선과 악의 대결 구도로 긴장감 있게 끌고 간다면, 스낵바 딱따구리는 매우 평온한 대화들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세상에 태어나서 상처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1년 365일 매일 매시간이 기쁜 날이기만 했을까? 혹시 지금 이 시기, 이 시간에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말을 들었거나? 어릴 적의 상처를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지는 않을까?

 

목이 마른 사람에게는 물을 주면 해결이 되고, 돈이 필요한 사람에겐 돈을 줄 형편이 되면 해결이 된다. 그렇다면,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에겐 어떻게 해야 치유가 될까? 질문을 바꿔서, 내가 타인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다면, 그리고 치유된 기억이 있었다면 어떤 기억일까?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기억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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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갖고 싶다
전혜진 지음 / 비즈토크북(Biz Talk Boo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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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want to build a ship, don’t drum up the men gather wood, divide the work and give orders. Instead, teach them to yearn for the vast and endless sea.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거나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 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中」 어린 시적 누구나 읽을 법한 어린 왕자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 또한 보아뱀이나 장미나 굴뚝 청소 말고는 이런 말이 있었나 싶었다. 저자의 말처럼 그 당시 아이의 나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기에 기억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러 바다를 만나러 오면, 배가 아닌 바다가 되고 싶었다. 크고 멋진 배보다, 바다 그 자체가 되고 싶었다.”

 

 

공감되는 동경이다. 영화 아틀란티스를 보면, 그들은 바닷속에서 잠수함이 필요하지 않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숨을 쉬고,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인간들은 바다를 동경하면서 바다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다 위에 거대한 금속의 덩어리를 띄워왔다.

 

 

“지금. 여기. 함께 하는 기적 :) 나로서 존재하는 기쁨에 흠뻑 취하시길. 2021. 10. 27 전혜진” 책을 처음 펼치면 맞아주는 저자의 친필 사인이다. 「전혜진」 고려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고, 경희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교수로 재직하였다. 제20대, 21대 총선 캠프의 미디어 트레이닝 언론 특보로 일했고, 현재 한국코치협회 회원이다. 정치인, 공직자, 아이돌, 대학생까지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 온 전문가라고 한다.

 

 

『나는 나를 갖고 싶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답게 살기 원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일상에서 자신을 재발견하고, 이미 존재하는 모습을 이해하고 마주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책의 소개에서 저자는 한때 지식의 끝을 추구하였지만, 그것을 자신이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절망의 순간을 느꼈다고 한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할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넘어진 채 울거나, ‘괜찮아’라면서 툭툭 털고 일어나는 아이들도 있다. 자신의 한계를 마주했을 때 저자는 넘어진 채 있기보다, 욕망의 끝에 갇혀있던 일상 속에 진짜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과 먹고 사는 일 등 우리는 많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대부분 먹고사는 일에 자신의 인생을 사용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내가 왜 원했는지, 정말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희미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세상에 보이는 것들은 전부 다 가지고 싶은 것투성이다. 그것 중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해변에 모래알만큼이나 적다. 그나마 온전히 내 것으로 가질 수도 없다. 그것들 너머에 온전히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나를 버리고서도 말이다.

 

 

책은 눈뜨다, 열망하다, 헤아리다, 자유롭다, 넘어서다, 인정하다, 발견하다 등의 작은 이야기들을 통하여, 저자가 유일하게 가질 수 있던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이다. “소유가 나를 대신할 때 나는 나로서 존재할 수 없다.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지금의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느끼게 된다. 세상 끝날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p195」

 

 

코로나 팬데믹 이후 늘고 있는 것이 있다. 홈가드닝, 홈트레이닝, 혼밥 등 혼자 하는 시간이 늘었고, 사람보다 자연을 접하는 시간이 늘었다. 시골 부모님을 찾아뵙고, 동호회 활동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미덕으로 삼던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사람 간 만나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서로 간의 교류가 없으면 본능적으로 불안해지게 된다. 현재의 코로나 블루 현상도 단순히 놀거나, 어울리지 못해서라기보다는 근원적인 불안 때문이라 생각한다.

 

 

음식이 산패되면 썩게 되고, 부패한 음식을 먹으면 걸리는 병이 식중독이다. 그런데, 부패한 음식이 약이 되는 것들이 있다. 식초, 간장, 된장 등 발효식품이다. 독이 될 수 있는 음식들이 그 과정을 이겨내고 사람에게 노화 방지와 면역력을 올려주는 거의 유일무이한 음식이 된 것이다. 지금의 혼란한 상황에서 혼자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독이 약이 되는 마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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