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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희망의 나날들
허희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1월
평점 :

「허희」 1984년~38세, 서울에 태어나 성균관대 국문학과 사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제6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평론 부분을 수상으로 본격 평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듯 보인다. “비평이 창작에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좋은 작품을 쓴 시인에게 평자로서 감사의 인사 정도는 건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내가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할 작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제 ‘문학평론가’로서, 나도 힘껏 분발하겠다.” 20대 후반 청년의 식견이 높다고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공학이라고 생각하면 대부분 프로그래머를 먼저 떠올린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해커이거나, 중요한 조력자들 역시 천재 프로그래머들이 많다. 웹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플랫폼들을 창업한 개발자들이 세계적인 재벌이 된 사람도 많다. 구글이나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의 창업주들 말이다. 하지만,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프로그래머가 되는 사람은 실제로 10%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도구를 다룬다 하여도 창의적인 구상을 하지 않으면 만들어 낼 수 없다. 쉽게 말해 누구나 레고를 조립할 수 있지만, 누구나 레고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문과 문예창작과 등을 전공한다고 해서 누구나 전문 작가가 되는 길을 걷지 않는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실제 방송국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5%도 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과 잘 하는 일이 항상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하는 일이 목표로 하던 일보다 나은 경우도 허다하다. 저자는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많은 작품을 분석하고 전달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신춘문예 등 문예지 비평 공모에 비평을 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소설과 평론은 글쓰기라는 점에서 같고, 창작이라는 것도 같다. 차이라면 장편과 초 단편의 길이 정도랄까.
『희미한 희망의 나날들』 문학평론가의 산문집이다. “1975년 문학평론가 김현은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그는 문학이 배고픈 거지 한 명 구할 수 없지만, 무용함이야말로 문학의 소중한 가능성이라고 주장했다. 문학의 쓸모없음은 우리를 옥죄는 관심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사한다.” 「p.141] 인용문이 저자가 현재 사는 모습을 표현해준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평론은 ‘공감과 비평’이 함께 한다. 혼자의 만족에서 끝나는 비평이 아니라, 비평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공감에 목적이 있다고 한다.
저자가 문학을 비평하는 기준은, 인식적 가치, 미학적 가지, 윤리적 가치의 세 가지라고 말한다. 이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하여 비평하고, 그것을 쓴 작가도 모르고 있었던 혹은 놓치고 있었던 것을 자신의 언어로 밝힌다는 표현을 한다. 이런 고유한 비평관으로 해석한 책들을 꾸준히 내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한다. 이번 에세이 또한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저자의 일상과 생각들이 녹아있는 책이다. 문학평론가의 에세이는 처음으로 접해서 매우 신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물론 책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가장 좋은 연설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의 문체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오바마의 연설은 중학생 수준으로 이해하기 쉬웠고, 트럼프의 연설은 초등학생도 이해하지만, 욕설이 태반이다. 그래서 오바마의 연설은 좋고, 트럼프의 연설은 듣기 거북하다. 저자의 지식이나 시야는 다양하지만, 글에 힘이 들어간 느낌을 받았다. 좀 더 유하고 가볍게 썼으면 더욱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꾸준히 비평가의 책을 내고 싶다는 저자의 말처럼, 앞으로 꾸준히 성장하여 더욱 무르익어 갈 저자의 생각이 글로 나올 것에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