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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터 아이 - A child born with algorithms=Test Ⅰ
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1월
평점 :

「1992년」 그 시절엔 비디오테이프가 흔했다. 신 프로는 1500원, 구 프로는 500원 대여해서 보는 대형비디오 점도 많았다. 어느 날 비디오테이프를 넣었더니, 텔레비전에서 미소녀가 화면 밖으로 나와버렸다. 1989년~1992년까지 「카츠라 마사카즈」가 연재한 『전영소녀』라는 만화이다. 단행본이 발간된 초기부터, 영어·중국어·프랑스어·한국어 등 각국의 번역되며 큰 인기를 끈 연애만화이다. 실연당한 요타(주인공)에게 아이(비디오걸)이 등장하고, 그와 그녀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신비롭게 그려진 만화이다. 당시 나는 진심 저런 비디오걸 같은 천사가 21세기에 나와주길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2002년」 2000년 9월~ 2002년 10월까지 CLAMP가 연재한 『Chobits』의 만화가 있다. 클램프는 성전, X시리즈로 유명한 일본의 여성 만화가 그룹이다. 쵸비츠는 누구나 인간형 컴퓨터를 집사처럼 데리고 다니는 시대에, 길거리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컴퓨터이다. 치이라는 이름의 여성 컴퓨터는 아기처럼 모든 것을, 재수생 히데키(주인공)를 통해 새롭게 배워나간다.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는 히데키와 인간형 컴퓨터와의 동거동락 로맨스를 그린 귀엽고 유쾌한 만화이다. 컴퓨터의 이름이 치이인 것은, “치이~”라는 말 밖에 할 줄 몰라서였다. 20세기의 『전영소녀』가 드디어 21세기에는 컴퓨터로 나오게 된 역사적인 사건이다.
「2021년」 팩토리나인 출판사에서 『테스터 아이』가 출간되었다. “아이(Ι)가 실행되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아이를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진 주인공 서동성에게 친구가 A.I 프로그램의 테스트 의뢰를 하게 된다. 자신과 아내의 알고리즘을 섞어 데이터를 입력하던 중, 로마숫자를 영문으로 읽고 실수로 입력하게 된다. 자신과 닮은 채 태어난 아이를 잃어버린 아이와 같이 만들기 위해, ‘아이’를 통제하는 모습을 깨닫고 자유권한을 부여하는 스토리이다. 1992년과 2002년을 거쳐 2021년에 다시 나타난 A.I 소녀 이전엔 로맨스였다면, 이번엔 인간다움이다. 과연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될까? 새드엔등이 될까?
「김윤」 순천향대학교 미디어학부를 졸업하고 여러 장르의 글을 쓰는 작가 지망생이었고, ‘교보문고 스토리크리에이터 3기’를 수료하며 이번 『테스터 아이』를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단편, 장편, 웹 소설 등 그의 글에는 상냥함이 묻어있다고 한다. 대문호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장르문학의 희망이 되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류가 있기에 완전한 인간이다.” 네가 처음 내게 배운 게 ‘너’였는데, 나중엔 내가 너로부터 ‘나’를 배웠다는 걸 깨달았어.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배우는 건가 봐. 나의 이야기를 너의 세계에서 읽을 때 부디 마음에 들어 하길.
A.I(인공지능)는 90년대 체스로 인간을 넘어서고, 알파고는 이세돌이라는 바둑기사마저 무너뜨렸다. 20세기 인간 유전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지만, 우리의 근원에 다가설 수 없었다. 21세기 인간이 선택한 것은 ‘뇌과학’과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을 통하여 우리의 근원을 유추해 내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에게는 세상에는 아직 단 한 번도 ‘완벽한 진실’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인간은 자신의 근원을 모르기에 늘 불안한 존재였고, 그래서 ‘신’이라는 존재에 모든 것을 의탁했다.
이번 소설은 이런 인류의 기술적 흐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근원의 답을 줄 것인지 아니면, 인공지능이 더욱 인간다움을 보이며 인간을 대체할 것인지에 관한 물음일 수도 있다. 인간에게는 동물이나 기계에 없는 영혼이 존재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성을 가지면 영혼이 생길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