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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딜레마의 모든 것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ㅣ 잘난 척 인문학
이용범 지음 / 노마드 / 202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경험한 586세대로서 오랫동안 ‘왜 모두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없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이러한 의문은 참여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정책보좌관으로 잠시 머무는 동안 ‘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전작 『인간 딜레마』와 『시장의 신화』 이후 통섭한 『인간 딜레마의 모든 것』으로 이르게 되었다.
인문학, 종교, 역사, 고전, 미학 등은 나에게 최우선의 독서 목록이다. 활자를 읽는 독서보다 더욱 많이 하는 것이 되씹는 사색이다. 인간은 왜 딜레마에 빠질까? 라는 저자의 물음은 나에게도 매일 아침 명상 중 무의식적으로 고민하는 것 중 하나이다. 개미학자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 교수님의 『인간 본선에 관하여』를 오래전에 읽었기에 더욱 흥미를 느끼고 읽게 되었다.

『만물을 창조하는 신의 손으로부터 나올 때 모든 것은 선했으나, 인간의 손에 넘겨졌을 때부터 모든 것은 타락한다. -장 자크 루소』
나는 개신교 신자였고 군에서는 군종병도 했었다. 대형교회의 자본과 성 욕망에 변질된 따르던 목사님들에게 그것을 감추려고만 드는 공동체를 보며 실망하게 된다. 한동안 리처드 도킨스 교수님의 책들을 읽으며 종교에 대해 사색하게 되고, 혼자서는 한계가 있기에 여러 종교의 서적을 읽고 참여와 만났다. 최근에는 성당을 다니면서 가정을 꾸리지 않고 평생을 수도하는 신부님과 수사와 수녀님과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 본인은 자신을 불가지론적 유신론자라고 말하고 다닌다.

『성서는 최초의 살인범으로 카인을 지목하고 있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후 인간은 죽음과 노동, 울산의 고통을 감수하게 되었다. 인간은 농사를 짓고 목축을 시작했으며, 마침내는 노동의 결과물에 대한 시기 때문에 최초의 살인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 부분은 조금 수정이 필요하게 보였다. 카인과 아벨은 형제로서 목축하는 자와 농사짓는 자였다. 구약시대에는 성부 즉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대였다. 동생 아벨은 최고의 수확물을 제대에 올렸고, 카인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벨의 제물은 취하시고 카인은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셨다. 이에 카인은 노동의 결과물에 대한 시기가 아니라, 인간의 인정받고 싶어서 하는 시기 때문에 동생을 살해하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 부의 품격을 읽었고, 인간의 선한 의지가 어디까지 노력으로 가능한가에 고민했었다. 최소한 나는 비건을 하면서 걷거나 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내가 지나온 길만큼은 최소한의 오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 특히나 유심히 읽은 곳이 선과 악의 딜레마이다. 루소의 말처럼 신은 선하게 창조하였으나 뱃속에서 잉태되어 나올 때 악으로 태어난다고 생각하는 성악설을 믿고 있다. 사회에서도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된다. 재판의 양형 사유 중에 중요한 한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피고는 반성합니까? 이다. 그리스도교에서도 최우선의 선으로 삼는 것이 회개이다. 악으로 태어난 것이 끝일까? 아니면 노력과 반성으로 선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한다.
이 책은 도덕, 선과 악, 남과 여 우리 사회에 가장 말하기 껄끄러워하는 딜레마들을 소재로 삼고 수백 년간 인증된 고전을 예시로 들며 적어나가고 있다. 저자가 얼마만큼 많은 생각을 접하고 책을 저술하게 되었는지에 감탄하게 된다. 이 책은 장마다 소주제를 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책을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대주제, 소주제를 입맛대로 골라서 읽어도 되는 장점이 있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원시원한 글자들은 가독성을 좋게 해서 읽힘이 수월하다. 국내 저자들의 인문학 서적들은 솔직히 많이 외면하게 되는데, 오랜만에 정말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고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네이버 카페 컬처블룸에서 선물 받아 성심껏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