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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 특별하지 않은 청춘들의,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박근영 지음, 하덕현 사진 / 나무수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남의 얘기 듣는 게 좋다. 딱히 할 일 없을 때 조용한 곳에 앉아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편안함을 느끼곤 한다. 그 내용이 우울하든지 즐겁든지 그 얘기를 나와 공유한다는 것이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어서인지, 내 삶이 하나 더 늘어나는 묘한 기분 때문인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상태가 좋다. 물론 상대방은 내가 꺼려하는 사람이 아니어야 하지만.
그래서 난 에세이를 즐긴다. 소설보다도 그 인물에 더 빠져들고 동화된다. 경험이 적은 나는 그들이 부럽다. 울적한 얘기더라도 부러울 때가 많다. 그만큼 그 사람들은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타인을 이해해준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최근에 읽은 책 4권 중 3권이 에세이다. 이번 책도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가 만난 11명의 살아온, 살아가는 이야기. 읽던 도중 갑자기 든 생각. “작가는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거지?” 글쎄, 지금 생각해보니 동네에서도 그런 사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제목이 누구나의 삶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절대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얘기가 아니라는 거. 자꾸 드는 생각. 멋있다. 집, 학교, 학원에만 틀어박혀 사는 내게 이 사람들의 세계는 너무 다르고 자유롭다.
나는 ‘열정’이란 단어가 좋다. 단어만 들어도 숨가쁘고 보람찬 느낌이 온다. 여기 나온 사람들의 삶은 열정으로 꽉 차여있다. 때로는 주변환경을 자꾸 바꾸고 때로는 내 일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처음엔 이 사람들의 얘기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책을 거의 읽었을 쯤은... 공감이다. 그들은 나보다 떠나고 돌아오기를 많이 해본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보다 일상탈출을 더욱 많이 감행하고 그동안을 전환하고 오기를 많이 해봤다. 그래도 내가 얘기를 천천히, 마치 사랑에 빠진 눈으로 본건 그들이나 나나 비슷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본질적으로 달랐다면 책을 읽기나 했을까. ‘특별하지 않은 청춘들의,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라는 짧은 부제보다 어지러움. ‘특별하지 않은’이 맞는 건지 ‘특별한’이 맞는 건지 헷갈린다.
아무튼 책제목 하난 정말 멋있다. 특별한지 안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멋있는건 확실한 사람들의 삶을 내 것으로 만들라는 것. 나는 ‘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을 이렇게 받아드릴 것이다.
어디서부터 작가시점이고 어디서부터 11명의 ‘청춘’들의 얘기인지 경계가 모호한 이 책덕분에 내 머릿속엔 삶의 개수가 아주 많이 늘어났다.
"가난하고 고독한 것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지구상에는 평생 고독과 벗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면서도 낭만을 잃지 않는 꽤 멋진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의 열정에 화상을 입게 되더라도 나는 당당하게 걷다 죽으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