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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 ㅣ CEO가 읽는 클래식 2
홍상훈 지음 / 새빛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은 정서나 사상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라는 점과 시인들은 기본적으로 시 창작을 비롯한 일체의 글쓰기가 자신만의 닫힌 세계에서 즐기는 놀이가 아닌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효용을 불러올 만큼 진지해야 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한자 문화의 전통 속에 쓰인 한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려운 한시를 일상생활 속 짧은 여가 시간 중에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인생살이의 어려움과 그 어려운 인생살이를 이겨 내기 위한 자기성찰 또 삶에 대한 열정을 담은 시들을 모아 해설을 덧붙이는 방식은 한시라는 어려운 시를 첫 대면하는 독자로서 어렵지 않게 다가 갈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많은 한시 중에 마음속에 남는 한시가 있다.
그윽한 거처
貴귀賤천睢수異이等등 - 신분의 높낮이는 비록 다르지만
出출門문皆개有유營영 - 집을 나서면 모두 하는 일 있지.
獨독無무外외物물牽견 - 나는 홀로 바깥 사물에 얽매이지 않아
遂수此차幽유居거情정 - 이곳에 그윽하게 사는 정취를 좇았다네.
薇미雨우夜야來래過과 - 밤새 가랑비 지났으니
不부知지春춘草초生생 - 봄 풀 돋았을지 모르지.
靑청山산忽홀已이曙서 - 청산이 어느새 밝아져서
鳥조雀작繞요舍사鳴명 - 새들이 집을 둘러싸고 지저귀네.
時시輿여道도人인偶우 - 이따금 도사들과 어울리고
或혹隨수樵초者자行행 - 때론 나무꾼 따라 산길 다니기도 하지.
自자當당安안騫건劣열 - 스스로 이런 처지 편안히 여기거늘
睢수謂위薄박世세榮영 - 세상 영화 우습게 여긴다고 누가 말하는가?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 어울려 사는 행복도 없어라.
살아가면서 우리는 종종 선택의 문제에 부딪힌다. 중요한 사업적 결정은 물론이고 일상사의 자잘한 부분도 어느 하나 선택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막상 무언가를 결정하고 선택하는 순간에는 마치 지금의 선택이 생애 마지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진지해진다. 무엇보다도 선택이라는 단어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말과 같은 것처럼 간주되기 쉽다. 그러나 항상 선택의 연속이었던 지나간 과거를 가만히 돌이켜보면 우리가 해온 선택들은 대개 이도 저도 아닌 그저 어느 한쪽에 가까운 것들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죽느냐 사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햄릿 같은 상황은 기껏해야 평생 한번 직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극단적 결단은 아니라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 시는 당나라 때 위응물이 쓴 작품이다. 사람에게는 신분에 상관없이 모두 각자 먹고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있다지만 그런 세상에서 자신은 예외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내세운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
이 한권의 책에 담겨진 한시들을 읽으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릴 기회를 충분히 얻었다 생각된 그런 멋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