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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ㅣ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제목만 봐서는 불만이 가득한 것 같은 이 책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사회생활의 힘듬을 연예부 신입 기자 리얼 직장 에피소드를 편한 필체로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이혜린은 명품백을 옆구리에 끼고 고층빌딩을 누비는 커리어우먼을 심하게 동경하며 자랐다. 직장인이 된다는 것? 회사에서 노닥거리며 재벌 2세와 연애하는 건 판타지일 거라 예상했지만 적어도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나 미란다 정도는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오래가진 않았다. 2005년 한 스포츠신문의 연예부 기자가 된 후 경제신문사, 온라인 매체 등을 두루 거치며 대한민국에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 그 지랄 맞음에 대해 마스터했다. 아니, 마스터했다고 믿었지만 사회생활 6년차인 지금도 매번 새로운 난관과 다양한 진상들에 뜨악하고 있다.
필명으로 발표한 데뷔작 ‘첫날밤엔 리허설이 없다’를 통해 20대 직장여성의 성생활을 조명한 바 있으며 현재 돈이 30대 여성의 연애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세 번째 소설을 집필 중이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참으로 뻣뻣하고 세상물정 몰랐던 사회초년생 시절 사회생활의 달인들이 득실대는 연예계에서 ‘개고생’ 했던 실제 사연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소설이다.
지은이가 실제 사연들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소설이기에 사실적인 묘사가 읽는 내내 미소를 띄게 해 주었다. 20대의 직장생활을 토대로 쓴 글이기에 그녀의 말처럼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온갖 자격증 시험 책을 갖고 다니면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그것은 바로 취업이며 청년백수 백만 시대에 취업만 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아버리고 싶지만 사실 영혼 정도는 아껴두는 게 좋다. 돈 100원 버는 게 얼마나 드럽고 치사한 일을 감수해야 하는지 번듯한 명함 한 장 지니기 위해 얼마나 많은 타협과 부정부패를 일삼아야 하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을 모를 것이다.
주인공 ‘이라희’는 온실 속 화초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호기심에 몇 달만 다녀보기로 했던 스포츠신문 연예부에서 말뚝을 박아야 하는 위기에 부유했던 집안은 망하고 한달에 50만원 받는 인턴 기자 생활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정식 기자로 채용되려면 직장 상사며 오만가지 미션을 해결하고 동기들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경쟁지 기자들을 비열한 방법으로 따돌리고 닳고 닳은 연예 관계자들도 내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생활의 고수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은 단연 연예계를 뽑는다. 십대 때부터 수억 원씩 만지며 어른들을 홀리고 뜯어먹고 등쳐먹는 기술을 배우는 아이돌 스타들, 기사 한 줄을 위해서라면 아픈 아들까지도 이용해 먹는 매니저들, 홍보팀 직원들이며 양심 우정 사랑 따위 특종과 손쉽게 교환하는 연예부 기자들.. 주말에 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르고 평생 함께 할 동지가 어떤 개념인지 모르는 이런 이기주의들이 판치는 곳이 바로 연예계이다.
이런 곳에서 온실 속 화초라는 말이 맞는 듯한 주인공 이라희는 돈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가치관이나 정체성 따위는 타협할 수 있고 야한 농담도 서슴치 않는다. 20대이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제목만큼이나 신세대적 언어들에 미소를 띄우며 읽은 재미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