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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와 욕조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평점 :

<단두대와 욕조>는 제목 만으로도 흥미로운 작품으로 프랑스 혁명의 이상 뒤에 숨겨진 폭력과 복수를 다루는 내용으로 프랑스 혁명이 한창이던 1793년 시대를 배경으로 혁명정부와 왕당파·반혁명 세력이 충돌한 방데 전쟁이 등장하고 주인공은 이 격변 속에서 가족과 삶을 빼앗기고 복수를 추구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등장인물 연구일지>로 독자가 접한 작가로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프랑스 혁명기의 전투에서 돌아온 공화군 병사 시몽 델모트는 고향 낭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족의 환영이 아닌 충격적인 광경을 마주합니다. 아버지 테오의 시계 공방은 엉망이 되어 있고, 어머니는 감옥에 갇혔으며 아버지는 체포 과정에서 총살당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가족이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는 아무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시몽은 아버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인물, 낭트의 총독 장바티스트 카리에르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합니다. 카리에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처형하고, 특히 죄수들을 루아르강에 빠뜨려 죽이는 잔혹한 인물로 이 때문에 당시 낭트의 루아르강은 일종의 거대한 욕조처럼 불립니다. 시몽은 카리에르의 집에 잠입해 그를 직접 암살하려 하지만, 뜻밖의 여인 샤를로트가 개입하면서 실패하고 자신을 창녀라고 소개하는 샤를로트 역시 카리에르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고, 단순히 그를 죽이는 것보다 그가 저지른 범죄의 실체를 밝혀내는 방법을 시몽에게 제안하는데 ...

아버지를 죽인 자에게 복수하려던 한 병사 시몽이, 그 죽음의 진실을 추적하다가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거대한 학살의 실체와 마주하는 이야기로 특히 이 소설에서 중요한 역사적 배경이 방데 전쟁과 혁명기의 낭트 학살입니다. 실제 역사 인물인 카리에르와 당시의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면서, 빈틈을 작가의 미스터리와 상상력으로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당시 낭트에서는 혁명정부에 반대한다고 의심받은 대규모의 사람들을 체포해 감독으로 가지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됩니다. 물론 그 배후에 있는 것은 바로 장바티스트 카리에르가 지휘하는 대량처형이었습니다. 죄수들을 배에 태워 루아르강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방식, 이런 학살을 사실상 체계적으로 실행했고 루아르강 일대를 일종의 국가의 욕조라고 표현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시몽이 열아홉 살 때 혼자 제작한 첫 시계를 아버지는 지키려고 했듯이 프랑스 최고의 시계공이 되는것과 어떠한 댓가를 치르더라도 낭트를 지키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아버지가 국민 공회를 지지했는지 아니면 왕을 지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도시를 사랑했다는 것입니다.
혁명과 인간의 존엄
이 작품은 처음에는 시몽이 아버지를 죽인 카리에르에 대한 복수극으로 생각 됐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누가 죄인이고 누가 무고한지, 혁명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정당한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시몽은 점점 아버지의 죽음 역시 이 거대한 폭력의 일부였다는 사실과 마지막에는 루아르강의 물이 중요한 이미지로 남습니다. 물은 인간의 죄나 정의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저 흐를 뿐이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습니다. 시몽에게 이 강은 자신이 겪은 모든 폭력과 거짓말을 상징하게 됩니다. 단두대는 공개적이고 제도화된 처형이었다면 욕조는 루아르강에 사람들을 빠뜨려 죽인 낭트의 학살이었습니다.
전쟁에서 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p.195
무장도 하지 않은 공화국 국민 1천 2백명을 살해한 장바티스트 카리에르의 운명은!!!
혁명은 분명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이상이라도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버린다면 그 이상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작품은 프랑스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역사를 단순히 기억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출판사 제공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