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아데나 할펀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습니까?"....혹시 누군가 이 질문을 던진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10대? 20대? 아님 어린 시절로?....... 만약 나에게 그 질문을 던진다면 분명히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다. 꽃다운 청춘의 20대로 돌아가고 싶노라고.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예전처럼 시간들을 허비하며 살지 않을거라는 다짐과 좀 더 삶을 즐기면서 살거라는 마음을 먹어본다. 20대 초반에 결혼을 한 나로서는 젊음을 즐겨야 할 때 또 다른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생겨서 적응하느라 분주했던 나날들을 보냈기에 살짝 아쉬움이 남아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20대를 회상하는 즐거움을 가졌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일흔 다섯 살의 엘리 할머니.... " 내 손녀딸이 미치게도 부럽다" 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할머니는 젊고 이쁜 손녀딸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단다. 한살 한살 나이가 드는 걸 끔찍이도 싫어하다 보니 일흔 다섯 살이라는 나이가 됐어도 자신을 가꾸는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어느 누구가 세월을 비껴 가겠는가? 그동안 자신의 삶을 돌아봤을 때 어머니와 남편이 하라는 대로 살아온 그녀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어떻게 인생을 살아내야 할지 막막함과 동시에 그 동안의 삶에 대해 후회하는 중이다. 그 후회를 만회하는 날이 올까?

                      

"스물 아홉개의 촛불에 소원을 빌었다.  하루만 스물아홉 살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하루만 그 나이로 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겠다고. 다시는 후외하지 않도록"-p34

 

엘리 할머니가 자신의 생일에 소원을 빌고 난 후 그 다음날 아침은 어떻게 됐을지 눈치 빠른 독자들은 캐치했을 것이다. "세상에, 나 너무 이쁘잖아?"라고 말하는 그녀의 외침은 다 죽어가는 메마른 대지에 생명의 단비가 오는 것과 같으리라. 소원대로 스물아홉 살이 된 그녀...마음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아직 일흔 다섯 살이지만 조각상같은 그녀의 몸은 스물아홉 살로 변했다. 과연 원하는 대로 됐으니 하루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바꿀 수 있었을까? 다시는 후회하지 않게 되는 걸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흥미로워진다. 아마 소설이라는 가상의 세계의 스토리라 마음을 열어놓고 편한하게 유쾌하게 읽어 내려간다.

 

이 책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참 인상에 남는다. 엘리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젊고 이쁜 손녀딸 루시...그리고 365일 다이어트를 필요로 하는 이기적인 몸매에 마음이 전혀 통하지 않은 신경질적인 딸 바바라...당뇨로 고생하고 있는 자신의 평생친구 프리다...그리고 멋진 왕자님 캐릭터까지~~~

일흔 다섯 살 드신 엄마를 찾으러 다니는 바바라와 프리다의 모습은 정말이지 덤앤더머를 연상케 하여 폭소를 유발한다. 엘리의 딸인 바바라의 숨넘어 갈것 같은 엄마찾기의 여정이 이 책의 재미를 크게 한 몫한다. 아마 읽기 시작하면 소리내어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단순히 나이 많은 할머니가 하루동안 스물아홉 살이 되어 겪는 일화라고 치부하기엔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참 많다. 어떤 말이든지 끝까지 믿어주고 신뢰해주는 친구라는 이름의 우정과 서로를 어떤 소유물로 보지 않고 각기의 인격체로 바라봐 주는 가족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느끼는 바가 많은 책이다. 자신의 잣대가 아닌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봐준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재미를 포기한 것도 아니니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스토리가 아닌가 싶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외쳐대는 엘리 할머니의 목소리에 우리 모두 귀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벌써 영화화하기로 결정됐다고 하니 어떤 배우가 캐스팅 될지, 어떤 느낌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문득 자신이 늙었음을 깨닫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처음 흰머리를 발견했을 때나 누가의 주름을 발견했을 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p218)

 

"리무진을 타고 나갈 때 네 곁에 있는 친고가 진정한 친구는 아니란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 함께 있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지."(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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