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직 비닐도 뜯지 않은 따끈한 책을 이번 크리스마스 주간부터 읽어보려 합니다. 낯선 피츠제럴드와 익숙한 하루키의 조합이 궁금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
마이아 에켈뢰브 지음, 이유진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빈민구제라는 말은 사회복지라는 말로 바뀌었다. 신청자 귀에는 빈민 구제만큼이나 나쁘게 들리는 센소리 명칭이다. 만일 인간이 이상해지지 않는다면 세상은 절대로 이상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권력욕으로 가득하여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다란 차이는 늘 존재할 것이다.

(19쪽)

--------


 세계에서 국민행복지수 5위 안에 위치한 나라 스웨덴, 그곳에서 다섯아이를 키우는 이혼녀이자 싱글맘으로 살았던 1918년생 저자의 인생은 어떠했을까?

저자는 책의 제목 그대로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살아온 청소노동자이다. 그녀는 52세에 일기소설로 데뷔하여 수상과 함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89년 사망한 그녀의 30주기를 맞아 2019년 그녀의 이름을 딴 광장이 생겼으니 유명작가 뿐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인물임이 분명하다.

또한 단순한 개인의 일기가 노동운동, 좌파운동, 여성운동의 관점을 반영한다 할 정도이니 책의 내용이 단순히 하루 일상을 그린 일기보다 저자의 식견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이 된다 할 수 있겠다.


 책의 초반부터 눈을 사로잡은 것은 1953년 한국 위기로, 다섯 아이의 겨울옷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한국 생각을 하며 "한 철이 지나면 그곳에는 얼마나 많은 재킷이 필요할까?" (14쪽)라고 생각한다.

지구반대편의 비극을 걱정하면서도 그녀는 앞으로 계획적인 살림을 할 것을 다짐하며 냉정을 찾는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역할이자 가장 어려운 직업은 엄마로 사는 일 같다. 일종의 책임이 생기고 날마다 무능력을 실감한다. 모성의 행복을 느낄 겨를이 없다. 적어도 몇 분 정도는 그럴 것이다." (59쪽)


 노동과 육아, 학업을 병행하면서 독서와 사색을 잊지 않는다. "소유하고 유지하려는 열렬한 욕망, 소유병은 전쟁의 극히 중요한 원인이자 모든 악의 근원이다. 정치세계를 괴롭히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49쪽)

자신이 읽은 버트런드 러셀을 이야기하며 그녀는 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이 좀더 편안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내면의 고통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삭히는 것보다 외부로 관심을 돌림으로써 승화시키는 것으로 해석됐다.

또한, "가난하다는 것은 가슴속에 항상 큰 응어리가 맺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담배를 피우거나 다른 식으로 낭비할 때 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다."(93쪽)라고 하며 감정적으로 젖어들 것 같은 현실을 해석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와 사뭇다른 복지 시스템에 감탄하기도 했다. 때때마다 옷을 지급하고,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작가는 이를 단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죄인의 의자'에 앉아 구걸하느니 사회복지과에서 청소하는 편이 더 낫다고 하며 무작정 복지 혜택에 기댈 것이 아닌 노동의 값어치를 강조한다.


 "사회복지대상자를 처음 방문할 때 공무원은 우리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설명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사회복지대상자입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296쪽)

 '약자복지'를 하겠다는 정부는 이와 반대로 2024년 보조금 예산을 5000억 이상 삭감하겠다고 발표하며 복지 분야에 그 초점을 맞추었다. 

빈부의 격차가 명확히 드러나는 자본주의 사이에서 이 커다란 갭gap을 줄여주는 것은 복지일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이런 복지제도가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시행되었다.

물론 당시 한국은 전후복구로 말미암아 인권, 노동권, 복지와 같이 기본적이고 섬세한 부분을 신경쓰기 어려웠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선진국 대열에 오른 지금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하에 약자에 대한 구제책을 줄인다는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본 서평은 교유당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4 -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목한 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 지음 / 싱긋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년 출간되는 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 서적인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이 책은 여타 트렌드 관련 책자들과는 달리 덜어진 무게감으로, 사진과 도표 등을 통해 각각 제시된 주제에 접근하기 용이하게 한다. 그리고 현재 유행하고 있는 동향들을 해당 주체가 직접 사용하는 언어(약어, 속어 등)와 함께 보여준다.  

 놀이, 일상, 세상, 마케팅 각 4개의 파트 속에 이를 대표하는 4개의 챕터들이 있다. 피드나 뉴스에 새로운 트렌드 경향이나 언어를 볼 때마다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터라 책 속에 제시된 단어들이 생소하게 다가왔다. 예를 들어, 파트1 놀이 부분의 첫 챕터인 뉴리티지는 헤리티지(heritage, 유산)가 새로운 놀이화된 것을 보여주는데 단어자체만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았으나 과거 기성세대의 유물과 같은 특정 간식(약과, 개성주악 등), 장소(광장시장, 고궁 등), 브랜드 등으로 예시가 잘 정리되어 해석하는데 용이했다. 특히 올초 핫했던 영화 <더퍼스트슬램덩크 The First Slamdunk>를 통해 경제력을 갖춘 기성세대의 팬덤이 트랜드의 주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소개하였다.  하지만 헤리티지가 무조건 뉴리티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헤리티지가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새롭되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가야 한다."(35쪽)라는 책 속 정리와 같이 세대 모두를 아우르고 공감받는 컨텐츠여야 한다는 것이다.

 책 속 모든 내용이 공감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트랜드와는 거리를 두고 살기 때문일지 모르겠으나 "언프리티 인스타"로 대표되는 꾸안꾸(꾸민듯 안 꾸민듯) - 자연스러운 포스팅에 대한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직 SNS속 사람들은 필터를 통해 기계적인 외모와 분위기를 통해 인위적이면서도 '내세울만한' 컨텐츠를 보여주지 않는가? 어쩌면 올해는 덜 네추럴했지만 내년은 더 자연스러워질지 모르겠다. - 이 책은 2024년의 동향을 제시하므로!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흐르는 시대의 동향을 파악하기에 참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광고, 홍보 등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되었다.


*본 서평은 교유당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레퓨테이션: 명예 1~2 세트 - 전2권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주인공 ‘엠마 웹스터’는 포츠머스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 하원의원이자 여성 인권을 위해 싸우는 정치인이다.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법안까지 통과시키며 승승장구하던 그녀는 딸 플로라가 왕따를 주모한 친구 레아에 대한 앙갚음으로 그녀의 나체 사진을 찍어 다른 아이에게 유포하는 사건으로 인해 큰 딜레마에 빠진다. ... 

 

“시체는 계단 가장 아래에 있었다. (프롤로그 중)”


 이 책의 장르는 범죄 소설이다. 긴장감이 한껏 고조되어 “그래서? 그래서?”하고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 갈구할 무렵 책이 끝나버렸다. 이 회색표지의 가제본에는 누가 죽었는지 설명도 없다. 그래서 왜 하필 가제본 서평단인가 하는 건방진 탄식을 해버렸다. 사건의 클라이막스와 해결에 이르는 전 과정은 2권으로 이뤄진 본 책 안에 그려져 있다.

 

 넷플릭스 영상화까지 확정되었고 주요 7개국 판권계약에, 유명 잡지의 강력 추천과 올해의 범죄소설상 노미네이트되었다고 하니 영상화하는데 무리 없는 표현력과 흡입력이 이로서 증명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과연 작가를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고 부를만하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과 문제점, 무분별한 혐오와 이중 잣대에 놓인 공인의 삶, 그리고 명예 앞에 추락하지 않으려는 개인의 노력과 내면의 공포감이 생생하다. 매력적인 소설이다.


*가제본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삶에서 다른 실수들을 바로잡는 것도 이 정도로만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P1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겹겹의 인물을 통해 본 역사의 이면
조한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합당한 국가는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지 않으며, 국가는 윤리적, 문화적 주체로서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근대의 국가는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바뀌어버렸을 뿐이라는 니체의 개탄에서도 그를 봤던 것이다. (307쪽 “만가” 중)
————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유럽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주신 교수님으로 기억된 조한욱 교수님의 세계사 책을 첫 서포터 활동을 계기로 읽게 되었다. 이번 책이 교수님의 책을 처음 접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앞서 #잃어버린밤에대하여 를 통해 번역본을 읽은 경험이 있었다. 역사책을 좋아하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

📍“이들은 감옥에서의 고초를 변절을 위한 구실로 삼지 않는 사람들이다. (중략) 이 의로운 사람들의 육체에 가해진 구속은 영혼이 더욱 단련되어 한결 자유롭게 비상하고, 그리하여 이들에게 배움이 되고 도움이 될 계기로 작용했을 뿐이다.” (51쪽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신영복 선생의 작고를 기리며)

소소한 세계사는 제목처럼 소소하지만 절대 스낵같이 가벼운 책은 아니다. 서문 “10년에 걸쳐 써오던 칼럼을 마쳤다. 무척이나 정성을 들인 칼럼이었다.”라는 문장처럼 역사 속 사건과 중요인물을 2페이지를 넘기지 않도록 압축하여 정리하였고, 쓰인 당시 상황, 또는 우리의 역사, 사회 등 환경에 맞게 연결하여 작성되었다. 이런 글의 흐름이 유려하여 읽기 참 좋았다.

📍“미군정은 경찰력을 동원한 진압에서 군대를 동원한 토벌로 방향을 바꾸어 좌익을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했다.” (141쪽 “냉전과 4.3” 중)

전쟁으로 말미암아 민족, 국가 간의 갈등이 고조에 다다른 요즘, 비록 문화컨텐츠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국가간 관계에서 이웃 국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갈등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2차대전은 끝났어도 세계를 여전히 전쟁중이었다.”라는 140쪽 문장의 시작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냉전의 가장 추악한 모습이 보여진 곳이 그 어느곳도 아닌 우리의 땅, 제주도라는 것에서 더욱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글 하나에도 감정이 몰입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인데 흐름이 있는 책이 아닌 칼럼형임이도 불구하고 한 편 한 편이 읽기 편하면서도 의미가 컸다.

📍“사람들은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보려는 대로 본다.” (407쪽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중)

그림을 모르더라도 어디선가 봤을 법한 베르메르(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라는 작품을 모티브로 한 동명의 소설과 그 작가 이야기는 사실 그리 무거운 주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는 작가 분의 한 마디로 글에 방점을 찍는데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좋은 점은 이 부분이었다. 읽으면서도 개인적인 기대감으로 그 마무리를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칼럼으로 보았다면 10년을 봐야했던 것을 5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통해 함축적으로 보게 된 건 독자로서의 축복이 아닐까. 역사책이 지루하게 느껴질 뭇 초심자들에게도 색다른 접근이 될 것이라 생각해본다.
.
.
📚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