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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겹겹의 인물을 통해 본 역사의 이면
조한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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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한 국가는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지 않으며, 국가는 윤리적, 문화적 주체로서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근대의 국가는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바뀌어버렸을 뿐이라는 니체의 개탄에서도 그를 봤던 것이다. (307쪽 “만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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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유럽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주신 교수님으로 기억된 조한욱 교수님의 세계사 책을 첫 서포터 활동을 계기로 읽게 되었다. 이번 책이 교수님의 책을 처음 접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앞서 #잃어버린밤에대하여 를 통해 번역본을 읽은 경험이 있었다. 역사책을 좋아하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
📍“이들은 감옥에서의 고초를 변절을 위한 구실로 삼지 않는 사람들이다. (중략) 이 의로운 사람들의 육체에 가해진 구속은 영혼이 더욱 단련되어 한결 자유롭게 비상하고, 그리하여 이들에게 배움이 되고 도움이 될 계기로 작용했을 뿐이다.” (51쪽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신영복 선생의 작고를 기리며)
소소한 세계사는 제목처럼 소소하지만 절대 스낵같이 가벼운 책은 아니다. 서문 “10년에 걸쳐 써오던 칼럼을 마쳤다. 무척이나 정성을 들인 칼럼이었다.”라는 문장처럼 역사 속 사건과 중요인물을 2페이지를 넘기지 않도록 압축하여 정리하였고, 쓰인 당시 상황, 또는 우리의 역사, 사회 등 환경에 맞게 연결하여 작성되었다. 이런 글의 흐름이 유려하여 읽기 참 좋았다.
📍“미군정은 경찰력을 동원한 진압에서 군대를 동원한 토벌로 방향을 바꾸어 좌익을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했다.” (141쪽 “냉전과 4.3” 중)
전쟁으로 말미암아 민족, 국가 간의 갈등이 고조에 다다른 요즘, 비록 문화컨텐츠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국가간 관계에서 이웃 국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갈등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2차대전은 끝났어도 세계를 여전히 전쟁중이었다.”라는 140쪽 문장의 시작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냉전의 가장 추악한 모습이 보여진 곳이 그 어느곳도 아닌 우리의 땅, 제주도라는 것에서 더욱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글 하나에도 감정이 몰입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인데 흐름이 있는 책이 아닌 칼럼형임이도 불구하고 한 편 한 편이 읽기 편하면서도 의미가 컸다.
📍“사람들은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보려는 대로 본다.” (407쪽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중)
그림을 모르더라도 어디선가 봤을 법한 베르메르(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라는 작품을 모티브로 한 동명의 소설과 그 작가 이야기는 사실 그리 무거운 주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는 작가 분의 한 마디로 글에 방점을 찍는데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좋은 점은 이 부분이었다. 읽으면서도 개인적인 기대감으로 그 마무리를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칼럼으로 보았다면 10년을 봐야했던 것을 5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통해 함축적으로 보게 된 건 독자로서의 축복이 아닐까. 역사책이 지루하게 느껴질 뭇 초심자들에게도 색다른 접근이 될 것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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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