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내 안의 우주 - 응급의학과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교양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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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안에 모든 기관과, 순환 등의 기능들을 살펴보게 된다. 응급실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는 의사의 위급한 상황과, 몸의 여러 중요한 기능들을 함께 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긴박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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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내 안의 우주 - 응급의학과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교양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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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몸이라는 고유하고도 유일한 우주를 지닌 당신에게


책 앞에 작가의 사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물론 아플 때도 있고, 몸이 건강한 게 최고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건강하지 못한 편이라 여기저기 병원에 다녀야 할 때도 많고, 내 몸이 왜 이렇게 나약한가 스스로에게 한탄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심지어 크게 아파 본 경험이 있는 나같은 사람 조차도 내 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내가 병을 가졌던 그 신체의 한 부분 조차 잘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의사의 자세한 설명에 감탄을 했다. 책 제목도 딱 적당한 것 같다. 몸, 내 안의 우주. 맞다. 몸은 우주이고, 정말 감사하게도 나 자체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이 이렇게 신비하게 구성된 줄은 수없이 들었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더 그렇게 느껴진다.


작가는 응급의학과 의사이고, 응급실에 근무한다. 자신이 아플 때 조차도 위급하게 응급실을 찾는 환자에게 모든 신경을 쏟아야 하는 의사라는 것이 정말 어렵겠다 싶은 마음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몸이 산소를 흡수하는 과정을 호흡이라고 한다. 산소는 투명하고 무색무취하며 대기 중에 떠다닌다. 인체는 산소를 기체 상태 그대로 뇌와 심장에 넣어 사용할 수 없다. 반드시 액체에 녹인 형태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산소는 물에 쉽게 녹지 않는다. 물을 떠 놓아도 그 안의 산소는 기화되어 나오고 고압으로 쏜다고 해도 거의 용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호흡을 하면 대기 중의 산소를 혈액에 녹일 수 있다. 비록 산소가 혈액에 녹아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낯설게 다가올 만큼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호흡이지만 말이다.



‘호흡’ 단원에서 이렇게 호흡이라는 것이 산소를 물에 녹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 물 자체가 산소와 수소로 결합되어 있고, 산소가 물에 녹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몸 속에 산소가 들어가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만들었다.





작가는 각 챕터마다 우리 몸의 기관들과 중요한 기능들을 하나씩 설명한다. 그 챕터 속에서는 제일 먼저 작가의 응급실에서의 환자를 치료했던 경험이 독자들을 잡아준다. 그 이야기에 빠지고 나면 신체 기관에 대한 설명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실 그 이야기를 다 한 번에 읽는 것은 쉽지 않지만 어쩌면 두고 두고 가지고 있다가 내가 필요할 때 읽어주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가장 문제가 많은 면역 부분에 대해서 읽을 동안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또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심장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심장 자체만이 아니라 그 심장과 연결된 우리 몸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존재하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모든 세포는 수분을 갈구한다. 그래서 수분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혈액과, 혈액을 순환시키기 위한 혈관이 생겨났다. 인체는 37조 개 세포의 집합이다. 우리 몸의 미세 혈관은 액체의 확산 작용으로 37조 개 세포에 영양을 전달한다. 하지만 혈관 속 액체가 같은 자리에 고여있다면 그 주변의 세포에만 액체가 확산되어 모든 세포가 실시간으로 영양분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혈액은 이동해야 한다. 즉 혈액을 흘려보낼 동력원인 심장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혈액, 혈관, 심장이 동시에 탄생했다. 이로써 영원한 순환이 시작됐다.


우리 몸의 37조 개의 세포라는 말에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쳐왔다. 그렇게 많은 세포를 살리기 위해 혈액이 흘러간다는 것도 그랬다.


한국인 사망 원인 가운데 폐렴은 암과 심혈관 질환 다음 순위다. 폐에 염증이 생기면 산소 교환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는다. 감염까지 동반되면 생체능력은 더 떨어진다.


중요한 부분은 빨간색 글씨로 쓰여져 있는데, 그런 부분은 더 눈길을 주게 된다.


마지막으로 나는 반짝이는 CRRT 기계가 열심히 돌아가는 걸 보았다. 우리 몸의 혈액이 이 커다란 기계를 전부 통과해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일을 주먹 하나 크기의 신장이 하고 있다니. CRRT는 인간이 우리 몸의 여과기관과 미세혈관을 조금이라도 흉내내보조가, 호르몬의 작용을 조금이라도 채현해내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 최후의 저항이 되어 기적적으로 사람을 살려내고 있다. 새삼 엄청난 양의 혈액을 걸러내면서 에너지 소모도 적고 특별한 세팅을 안 해도 알아서 작동하는 신장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불현 듯 내 양쪽 옆구리를 쓰다듬어 보았다.


이렇게 챕터의 끝에는 작가가 설명했던 기관에 대해 어떤 경험이 있는지, 혹은 어떤 환자를 치료했는지 다시 한 번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어려운 이야기들이 이렇게 응급실 안에서의 경험과 함께 이야기되는 덕분에 읽을 수 있게 해주어서 참 고맙다.


마지막 챕터에서 ‘비가역적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가 처음 언급한 사람은 주방에서 쓰러진 젊은 여성이었는데, 심정지 환자를 받았을 때의 상황을 보면서 문득 두려워졌다.


“삶에서 죽음으로 ‘비가역적으로’ 넘어갔다고 임상의가 판정한 시점이 사망 시작이다.”라는 표현을 보면서, 이렇게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금방 다가올 수 있는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죽음이 확정되는 찰나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는 표현을 보면서 더 그랬다. 의식을 잃어버린 채로 깨어나지 못하고 10년간 살아있다가 심장이 멎어버리는 환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그렇게 10년간 살아있는 것을 원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마지막 단락에서 작가가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아무리 의학기술이 개발되어 치료하고, 노화를 막아도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장을 수정해야 하는 날은 반드시 온다고 표현할 때, 그게 정말 행복할까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정말 불멸로 사는 것이 행복할까? 나는 죽음으로 넘어갈 때 고통스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주 기도한다. 몸이 많이 아프고, 병을 많이 앓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건강해도 그렇지 않을까?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살다가 순간적으로 빠르게 갈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건강한 죽음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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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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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마음을 나누고, 도전하는 용기를 볼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하다.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과학부 속에서 함께 대회에 나가는 과정을 각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편하게 잘 읽혀지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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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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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을 보면서 문득, 정말 하늘을 건넌다는 표현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하늘이 다리는 아닌데, 하늘을 건널만큼 무언가 도전하는 교실일 수도 있고, 하늘에 발을 디디는 용감한 무언가를 하는 교실일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닐까?

이요아라 신이라는 일본 작가의 작품이고, 꽤 많은 소설을 쓴 작가다. 일본의 고등학교, 그것도 야간 고등학교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라 조금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야간 고등학교, 아니, 도리어 주간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아 크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밤 8시에 시작하는 학교, 교실.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벽에 기대어 주저앉은 채, 학교 건물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이 두 개 빛나고 있었다. 일반 고등학교에 가고 싶었다. 진짜 푸른 하늘이 있는 고등학교에.

후지타케 선생님이 야나기다 군을 불러, 4교시에라도 학교에 들르라고 했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야나기다가 왜 글자를 잡을 수 없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글자를 읽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 순간 깜짝 놀랐다. 공부가 어려웠던 게 아니라, 아예 글자를 읽기 어려웠다는 것으로 인해 야나기다가 겪었을 어려움은 상상만 해도 금방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과학부를 함께 하자고 선생님이 손을 내밀었을 때, 야나기다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렇게 이 책 속에는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거나,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학교에 나오는 이유가 있는 할아버지 등 많은 학생들이 과학부에 발을 디디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쩌면 과학이 재미있어서라기 보다, 무언가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그들을 일으키고, 함께 하게하고 또 마음을 열게 만든게 아니었을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그 ‘예상 외’일지도 모른다.

일단 부원들의 변화가 그렇다. 각자가 모두 성장하고, 모든 의미에서 서로의 관계성이 깊어지고 있다. 그것이 연구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수준은 내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다. 피험자가 이렇게까지 크게 달라지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함께 하다가도 서로에게 문제가 생기고, 학교를 나오지 않는 학생이 보일 때, ‘과학부도 별 걸 할 수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크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든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인생이야말로 자동적으로는 알 수 없으니까요.” 그는 정면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장래를 똑바로 뻗어 있는 외길처럼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요. 누구에게나 있는 건 항상 창문이 없는 방이고, 눈앞에는 문이 몇 개나 있죠. 그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열어보면 그곳에는 또 작은 방이 있고 문이 나란히 있습니다. 인생은 그것의 연속일 뿐이니까요.”


그 야간 고등학생들이 모여 만든, 그것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러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생각하고 실험하고, 과정을 바꾸고,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어내는 모습 속에서 참 대단한 것을 기대하는 게 더 어려웠다. 그런데 그들은 대단한 결과를 낸다.

‘교실은 우주를 건넌다’라는 제목의 마지막 장에서 드디어 ‘화성의 중력하에 램파트 크레이터를 재현한다’는 그들의 실험이 예선을 넘어 본선 발표에까지 가고, 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하게 된다.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 야간 고등학교, 그것도 나이가 천차만별인 학생들이 대회에 나온 것도 신기하고, 거기서 상을 타고, 다시 다음단계의 실험을 해나가자고 서로에게 격려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정말 하늘을 건너는 교실이라는 것이 마음에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선생님이 기본을 만들어냈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열심히 학생들을 불러서 연결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한 명씩 자신이 할 수 있다고,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들을 함께 한 것이 아닐까?

그날 밤 후지타케는 “이 학교에는 뭐든지 있어요.”하고 말했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푸른 하늘은 없어요.’하고 중얼거렸다.

그런 학교가, 히가시신주큐고등학교 야간반이 지금은 가장 그리운 곳이 되었다.

후지타케의 말을 옳았다. 그곳에는 뭐든지 다 있다. 그럴 마음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내가 있을 곳은 조용한 학교 건물에 불이 켜지는 그 교실이다.

창문 밖으로 어두운 밤거리 밖에 보이지 않는 그 교실이다.

그리고 우리 교실은 지금 우주를 건너간다.

이렇게 우주까지 건너가는 교실을 만날 수 있다니, 그리고 함께 건너가기 위해 손잡은 사람들이 있다니, 참 마음이 푸근하다. 나도 내 인생에서 그렇게 함께 건너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같이 하는 그런 행운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게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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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우체부 배달희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9
부연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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