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없는 미래 - 사라진 북극, 기상전문기자의 지구 최북단 취재기
신방실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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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북극을 취재하기 위해 기상전문기자가 지구 최북단 북극을 만난 이야기. 북극에서 만난 다양한 생물과 환경, 녹아서 없어지고 있는 북극의 빙하와, 기후변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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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없는 미래 - 사라진 북극, 기상전문기자의 지구 최북단 취재기
신방실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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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앞으로 몇 년을 더 버틸 수 있을까? 올해 9월을 지나면서도 온 몸으로 느끼고 생각하게 했다. 9월 중순이 지났는데 아직도 반팔을 입고, 아침 저녁으로도 긴팔을 입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날씨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 봄과 가을은 거의 한 달 정도의 짧은 지나가는 계절이고, 여름과 겨울은 더 길어졌다. 아니, 길어진 여름은 너무나 더워서 집 밖을 나가기가 무섭고, 길어진 겨울도 그렇게까지 추운 날을 많이 만나기가 어렵다.

 

어렸을 때, 에어컨이 없이도 버틸만 했던 여름은 이제 우리나라에는 없다. 벌써 되돌릴 수 없는 미래라는 말이 딱 실감이 나는데 북극은 오죽할까 생각하면서 책장을 열었다. 방송을 위해 기상전문 기자로 북극의 취재를 결심하는 것이 쉬운 일일 수 없을 것 같았다. 항공편부터 삐걱삐걱 말썽을 부리던 북극 취재는 기자의 다급한 이야기 속에서 이미 걱정스러운 돌발 상황이 가득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북극이 더 무서웠다. 눈이 보이지 않는 풍경, 물론 북극이 아닌 가까운 마을정도였지만 기자는 북극을 상상했던 곳에서 눈을 거의 볼 수 없음에 걱정하기 시작했다.

 


해가지지 않는 백야의 여름 속 스피츠베르겐섬은 눈과 얼음을 완전히 벗고 뾰족한 산등성이의 골격을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빙하가 녹은 물은 계곡을 따라 흐르고 마을 곳곳에 거센 급류가 굽이쳤다. 빙하가 품고 있던 흙이 내려와 물은 온통 흙빛이다. 발을 헛디뎌 급류에 휘말렸다가는 세상과 이별할 것 같은 아찔함이 밀려올 정도였다.

북극의 풍경은 420년만에 극적으로 바뀌었다. 눈과 얼음이 사라지고 사라하사막처럼 건조하고 메말라 보이는 북극. 바렌츠가 지금의 북극을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기자는 오슬로를 거쳐, 스발바르의 롱이어비엔에 도착해서 빙하 탐사를 위한 보트를 예약하고 탐사를 떠났다. 도무지 글로만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어서 지도를 뒤졌다.

 

<롱이어비엔은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행정 중심지로, 스피츠베르겐섬에 자리하고 있다. 인구는 약 1,800명으로, 대부분이 노르웨이인이며, 일부는 러시아인이다.>

스발바르에서 본 북극은 북극같지 않다고 표현한 기자의 말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무리 여름이지만 정말 북극 같지 않았다. 여러 북극의 가이드나 안전요원에게 인터뷰를 한 작가의 글 속에서 정말 이제 북극은 빙하와, 얼음, 눈이 가득한 그런 곳이 아닌 것 같아서 슬퍼졌다. 과거에는 여름철에서 9~10℃였는데, 지금은 14~15℃정도라니, 이렇게 계속 올라가면 북극의 얼음이 과연 녹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노르덴스키울드 빙하, 발렌베르크 빙하를 보여주는 사진을 보면서, 진짜 빙하를 꼭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역시 조금 뒤로 가니 다시 사라지는 북극 해빙의 심각함을 보게 되어서 걱정스러웠다.

 

극에서 햇빛을 반사하던 해빙이 줄어들자 북극이 더 뜨거워지고 이 여파가 빙하의 붕괴나 영구동토층의 균열, 생태계의 충격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북극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시다발적인 변화, 그 시작은 바로 해빙이다. 북극해빙은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심장이자 에어컨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기후 위기로 북극이 고장났다.

 

롱이어비엔을 떠나 다산기지를 방문하여 만난 한국인 연구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반가웠다. 북극에서 사는 식물들을 보는 것도, 독일 기지에서 풍선을 매일 날리는 것을 촬영하는 모습도, 세상에서 가장 공기가 깨끗한 제플린 관측소에 가는 기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북극의 다양한 모습이 신기했다.

 

이러한 다양한 북극의 모습을 촬영하고,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돌아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송인의 모습, 그리고 기상전문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여전히 북극에서 녹고 있는 빙하, 살기 어려운 북극곰의 이야기는 그냥 뉴스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 사람들이 많이 이 책을 통해서 북극의 실제 어려움이 얼마나 가까운지 느꼈으면 좋겠다. 작가의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방송을 실제로 보면서 이 이야기와 맞추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극을 길게 탐험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문가가 아닌 우리처럼 일반인의 눈으로 보는 북극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의미있는 긴 여행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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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스러운 사이 - 제주 환상숲 숲지기 딸이 들려주는 숲과 사람 이야기
이지영 지음 / 가디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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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숲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을 넓혀간다. 숲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깊은 이야기들을 더 깊이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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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스러운 사이 - 제주 환상숲 숲지기 딸이 들려주는 숲과 사람 이야기
이지영 지음 / 가디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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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스러운 사이, 제목이 참 마음에 오래 남았다. 숲스럽다는 말이 이렇게 마음을 조금씩 감싸안아주는 느낌이라니…….

작가는 숲지기 딸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아버지가 마흔 일곱에 오른쪽 몸이 마비되었다고, 그래서 사람 만나기가 실헝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들어온 숲이라고 표현했다. 가장 낮아지고 약해졌을 때, 비로소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가 들렸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절망하고 낙심했을 때, 모든 것을 내려 놓으니 새로운 시작이 찾아왔다고 말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곳곳에서 제주의 숲을 만날 수 있었다. 숲해설가로 제주도의 숲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어떤 일일까? 아무리 숲이 좋아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매번 다른 사람, 한 두명과 만날 때도 있고, 열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숲을 다니면서 숲해설가로서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숲해설을 할 때 식물을 바라보는 시간보다 온전히 나를 향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마주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서 그럴까? 오히려 숲에서 일하며 숲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표정만 봐도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숲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바로 마주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냥 그대로 보기만 하면 되고, 나를 향해 숨기거나, 감추는 것은 없다. 내가 보지 못하고 넘어갈 뿐이다. 하지만 사람은 정말 언제 보느냐, 그 사람의 상태가 어떤가에 따라 만날때마다 다르다. 표정 속에 많은 것을 읽어내야 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짚어야 한다. 어쩌면 작가의 말처럼 그렇게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많이 이해하게 되는 것이 숲해설가일지도 모르겠다. 정작 숲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해설가가 된다고 해야 하나?

해설가가 해설가를 만났을 때의 마음,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었던 96세 할머님, 여덟살 끊임없이 말하는 아이.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가는 과정이 엄청 힘들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분명히 그들을 숲에서 만났기 때문일 것 같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감정들이 있다. 지금 이삼십대는 결혼도 아이 갖기도 포기한 세대란다. 내 주변만 해도 많은 친구들이 비혼을 말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주체적인 나의 모습을 사라졌다. 참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많아졌다. 결혼을 통해 나의 세상이 두 배로 넓어졌고, 한 아이를 통해 셋으로, 또 다른 아이를 통해 넷으로, 사람마다 삶의 방식과 생각이 정말 다름을 느끼게 되었다. 네 사람이 지닌 네 가지 방식의 세상을 알게 된 느낌이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게 된다.


 

작가는 숲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을 넓혀간다. 어쩌면 숲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깊은 이야기들을 더 깊이 생각하고, 담아내고, 마음에 두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그래서 문득 부러웠다. 많이 부러웠다.

매순간, 직장에서의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50대인 지금도 가슴을 치고, 아들의 소리지르는 모습 하나에도 가슴이 쪼그라드는 이 요란스러운 일상이 힘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숲처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그런 존재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숲이 그런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는 것 같은 모습이 참 부러웠다. 나도 숲해설가는 아니더라도 숲에 자주 가서 있게 되면 그런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한 달에

한 번 보름달 즈음의 금요일 밤에 야간 투어를 진행한다. 캄캄한 숲을 걸어야 하니 나의 시야 안에 들어오는 인원만 인솔 가능했다. 그래서 오로지 열 명의 손님들만 받는 산책이다. 밤의 숲은 참 놀랍다. 아침 숲이 새소리로 깨어난다면 밤의 숲은 풀벌레 소리로 채워진다. 매일 걷는 그 길이 새로운 공간으로 변해있다. 숲의 풍광이 눈 앞에 펼쳐지지 않지만,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들이 살아나는 시간이다. 조금 더 옆 사람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발끝의 감각과 숲이 주는 향기에 집중하게 된다.


글을 아름답게 쓰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숲에 대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을 읽어가면서 마음이 많이 편안해져서 더 부러웠다. 닮고 싶어지기도 하고 말이다.

제주도의 숲들이 떠올랐다. 몇 시간을 걸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이 연결된 넓은 숲들이 유명한 관광지가 된 이유도 이런 것들에 있지 않을까? 비록 그런 숲을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잠깐이라도 숲 속에 있게 된다면 나무를 보면서,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면서, 내가 가진 부정적인 것들을 내려놓고 싶어진다. 그렇게 마음을 조금만이라도 숲에서 가볍게 만들 수 있다면 나무들이 나를 보면서 웃어줄 것 같다. 어쩌면 그런 간단한 지지라도 받고 싶은 것은 지금 내 마음이 너무나 무겁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일 당장, 숲에 가서 한발자국씩 천천히 걸어봐야겠다.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고 말이다. 숲은 어떤 모습의 나도 다 받아줄 것 같다. 그러하기에 ‘숲’인가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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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리움
이아람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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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종말을 그려낸 소설이다. 삶과 죽음이 뒤엉킨 폐쇄된 세계에 남겨진 소년의 끝없는 여행.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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