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딱 드는 생각은 ‘돈’을 말하는게 분명하다는 거였다. 역시나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까지는 봤는데, 그 이후는 기억이 잘 없었다. 정말 내 인생의 기본적인 생각을 바꾸어준 태백산맥을 잊어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대학에서 사회를 바꾸는 것에 참여하는 활동을 했었다. 물론, 그 선택이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냐면 그렇지는 못하다.
대학을 졸업할 때, 나는 내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갈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었고, 가지고 있던 신념들을 하나도 지킬 수 없었다. 그렇게 내가 가진 옳다고 생각한 신념들을 하나도 활용하지 못하고 그냥 공부하고, 직장을 가지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 신념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기본적인 바탕을 그대로였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어쩌면 그건 내가 자본주의에 잘 적응하게 만든 내 기본적인 삶의 흔적 때문일 수도 있고, 아빠가 사업에 실패하고 집안이 완전히 무너졌어도 잘 버텨내고 다시 적절한 월급쟁이가 될 수 있었던 운 좋은 상황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조정래 작가의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 때 태백산맥이 많이 떠올랐고, 작가는 참 오래도록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쓰고 있구나, 아니 작가이 바뀐 생각들과 내 경험들이 같은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변함이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말한 그 황금종이, 돈은 우리 인간을 모두 다 휘청휘청하게 만든다. 책의 주인공인 이태하 변호사는 처음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검사가 되었고, 선배 한지섭과 함께 하기로 약속을 했다. 정말 좋은 검사가 되고 싶어서 노력했지만 거대 재벌사건을 수사할 때, 수많은 법조인들이 정부나 재벌과 하나가 된 상황에 직면했다. 진실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돈과 권력, 참 우습다. 그것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것도 현실이고, 그 현실을 피해서 살려고 바둥바둥 노력하는 사람들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주변에서 늘 보게된다. 아니, 도리서 무언가를 지키면서 사는 사람이 그럴듯하게 버티는 것조차 보기가 어렵다. 이태하 변호사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야당에서 정치를 바꿔보려고 했다가 결국 혼자서는, 몇 명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꺠달은 한지섭 선배의 모습과 겹쳐 있었다. 그 훌륭한 한지섭 선배는 결국 정치를 다 포기하고 농사를 지으러 광양으로 떠났다.
이태하 변호사가 만나는 많은 사건들은 다 돈과 연관되어 있었다. 여자 변호사가 재벌에게 성추을 당했을 때, 그 재벌은 변호사의 로펌 대표에게 100억이나 되는 돈을 주었는데, 로펌은 여자 변호사에게 그냥 잘 지나가자고 하고 끝을 냈다. 결국 이태하 변호사의 도움으로 그 100억을 찾게 된다. 이런 사건들 속에서 이태하 변호사가 자기 생각의 기본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내내 생각하게 된다.
수많은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도 돈 때문에 실패하거나 죽는 사람들이 계속 등장한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딸이 원래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재벌 아들과 결혼하려고 할 때 도와주었다가 결국 그 전 남자친구가 딸을 죽이는 상황을 맞딱뜨리고 쓰러졌다가 결국 죽게 된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많은 상황들은 조금 큰 돈에 얽인 이야기이지만, 우리와 별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지금 당장 나조차도 병원에 입원했는데, 크게 들어가는 수술비 때문에 계속 가진 돈을, 적금을, 집값을 세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돈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한지섭 선배가 농사를 지으면서 해외노동자들의 집을 지어주고, 그들이 안정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걸음 한걸음의 실천을 보면서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