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면 죽는다 - 비밀이 많은 콘텐츠를 만들 것
조나 레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윌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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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대에 지루하다는 것이 용납 가능하겠는가? 제일 두려운 것은 아이들이 재미없다고 투덜대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방송에서도, 공부하다가도 다 그렇다. 이 책 제목을 보면서 딱 아이들의 마음, 지금 우리들의 마음을 실감했다.

[비밀이 많은 콘텐츠를 만들 것], 지루하면 죽는다. 첫 표지의 제목을 보면서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루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탁월한 콘텐츠에는 미스터리 전략이 숨어있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설계되었으니까!

미스터리만큼 인간을 매혹하는 건 엇ㅂ다. 인간의 뇌는 뜻밖의 흐름에 끌림을 느낀다. 예측을 꺠부수는 모호함이야말로 우리의 도파민계를 강렬히 자극한다. 1초짜리 영상도 콘텐츠가 되는 지금, 어떤 매체, 어떤 장르든 마음을 사로자고 싶다면 미스터리에 끌리는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야 한다.

책의 소개글을 보면서 한참 생각했다. 과학을 기반으로 인간과 예술을 탐구해 온 작가가 성공적인 스토리텔링 전략을 쓴 책, 문학, 음악, 명화, 유튜브채널, 광고 등 다양한 작품과 매체가 택한 비범한 전략들을 파헤쳤다고 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가 어려운 부분도 조금씩 느껴졌다.



5개의 미스터리 전략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에 끌린다.

1. 예측 오류의 짜릿함 선사하기

2. 상상력 증폭시키기,

3. 규칙 깨부수기

4. 마성의 캐릭터

5. 모호하게 흥미롭게

이렇게 주어진 전략을 보면서 우리가 알지만 쉽사리 잘 적용하지 못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상상하기 어려워야 하고, 무언가 작가의 마음을 금방 알아채기보다 독자가 상상해야 하는 것,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주인공과 인물들이 있어야 하며, 작가의 생각을 확실히 드러내기보다 흥미롭게 묻혀가듯 전개한다는 것은 알지만 쉽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가장 마음이 갔던 부분은 첫 번째 전략인, 예측 오류의 짜릿함 선사하기였다. 그 중 기대감을 고조하는 메커니즘 설명 소단원에서 인간은 아까운 실패라는 것에 크게 매료되어 있는데, 인간이 도박기계에 매료되어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 미스터리 박스는 시도하고 시도해도 아무런 능력치도 생겨나지 않는데, 그럼에도 ‘아까운 실패’라고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 아까운 실패로 활성화된 도파민 신경세포는 거의 다 왔다며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보라고 인간을 독려한다.

슬롯머신이 우리에게 남기는 더 큰 교훈은 문화가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것이다. 문화는 인간의 사고방식에 맞춰서 끊임없이 진화한다. 슬롯머신은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힘을 갖춘 미스터리 박스로 발전했다. 이 힘의 비결은 사람들을 계속 감질나게 만드는 ‘용의주도한 무작위’에 있다.

작가는 인간이 미스터리를 좋아하지마 해독할 수 있는 미스터리를 좋아한다고 설명한다. 어쩌면 이런 작품들이 계속 인간을 끌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풀지 못하는 미스터리가 들어있는 작품이 아니라, 결국은 인간이 해독할 수 있지만 아까운 실패를 느끼게 할 만큼 계속 변화하는 것.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에는 이런 것들이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

미스터리 전략 2 상상력 증폭시키기에서는 숨겨진 마술, 아무도 알 수 없는 마술을 보여주는 마술사 이야기를 하면서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미스터리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데, “위대한 아티스트가 되려면 마술사가 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인간들이 계속 마술사의 신기한 마술을 체험하고 신기해하면서 그 마술을 파헤치고자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피험자에게 마술쇼의 트릭의 비밀을 들을지 다른 마술쇼를 볼지 결정하게 했을 때, 새로운 마술쇼를 보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신기했다. 인간은 어떤 문제의 해답을 알고 싶어하는 것보다 새로운 미스터리를 체험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미스터리 전략 4의 마성의 캐릭터 이야기 중 천재 추리소설 작가의 캐릭터 만드는 방법이 흥미로웠다.

학자생활 말년에 로티는 문학의 교육적 효과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 효과란 ‘이해하려고 노력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를 바꿔 타인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게 하는 일’이었다. 로티는 이것을 예술의 정서교육이라고 일컬었다. 그에 따르면 훌륭한 소설은 유쾌한 오락물인 동시에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발전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었다.

마지막 작가의 말도 흥미롭다.

미스터리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인류 문화의 놀라운 진실이다. 시간은 정답을 무너뜨린다. 우리의 확신을 갉아먹는다. 시간을 견디고도 살아남는 건 가늠할 도리가 없는 것들을 담아내고 차곡차곡 쌓여있는 비밀로 우리를 유혹하는 이야기다. 그 안에는 우주의 미스터리가 생생히 살아있다.

재미를 원하면 미스터리를 심으라는 작가의 말은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린이 동화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무언가 드러나도록 처음부터 다 범인이 보이거나, 사건의 결말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미스터리가 확실히 그 안에 있어야만 작품이 흥미로워지고, 독자에게 읽고싶어지는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다는 이야기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기본적인 원칙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미스터리를 숨기는 방법은 사실 뇌과학자가 말하는 것을 따따라가도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작품을 쓸 때 그런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어려운 이 미스터리 책을 다시 한 번 꼭 읽어내야 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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